태국 국민 74% 사용 소셜 미디어, 총선 역할 커질까
기존언론 못한 비판의 장 제공…첫 유권자 86%가 선거 정보 습득
태국 선거 사실상 첫 변수…군부도 '온라인 워룸' 설치 등 촉각
(방콕=연합뉴스) 김남권 특파원 = 2011년 조기 총선 이후 약 8년 만에 치러지는 3·24 태국 총선에서 소셜 미디어(social media)의 역할이 주목받고 있다.
태국 정치사에서 사실상 처음 등장하는 주요 변수인 데다, 2014년 쿠데타 이후 군부 정권의 '입김'에 좌우돼 온 기존언론이 하지 못한 비판과 공론의 장(場)으로서 역할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최근 태국 총선에서 소셜 미디어의 영향력을 짚어보는 기사를 실었다.
신문에 따르면 태국군은 열흘여 전 태국 전역 160개 라디오 방송국에 군을 미화하는 내용의 1970년대 반(反)공산주의 관제가요를 의무적으로 틀도록 했다가 소셜 미디어에서 역풍을 맞았다.
총선 결과에 영향을 주기 위해 시대에 뒤떨어진 냉전 시대 전술을 사용하려 한다는 호된 질책이 쏟아졌다.
결국 발표 수 시간여 만에 이 조치는 철회된 것으로 알려졌다.
군부에 대한 비판은 종종 처벌로 이어지는 현실에서 단 몇 시간 만에 군부의 결정을 뒤엎은 것은 소셜 미디어가 태국 정치에서 갖는 영향력이 커지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 장면이라고 가디언은 평가했다.
특히 2014년 쿠데타 이후 TV나 신문 등 기존언론이 군부 정권의 목소리만을 확대 재생산하는 데 주력해 온 흐름과는 전혀 다르다고 분석한다.
이번 총선 전 마지막 선거였던 2011년 조기 총선 당시에는 소셜 미디어가 이처럼 활성화되진 않았다.
그러나 인터넷 사용시간이 전 세계 3위이고, 국민 약 74%가 소셜 미디어를 사용하고 있을 정도로 상황은 8년 전과 크게 달라졌다.
특히 페이스북 사용자는 4천900만명 이상으로 세계 8번째로 많은데, 이들은 정부 통제를 받는 기존언론이 아니라 페이스북을 통해 정치권 소식과 분석들을 주로 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셜 미디어 사용에 적극적인 젊은 층 중 적지 않은 이들이 총선에서 처음으로 유권자로 참여하게 된다는 점도 소셜 미디어에 주목하는 이유다.
이번 총선에서 생애 첫 유권자는 약 740만 명으로 집계됐다. 전체 유권자의 10%가 넘는다.
이들은 지난 10년간 태국 정치를 정의해 온 서민층 대변 레드셔츠(red shirts)나 왕실·군부 등 기득권층 대변 옐로셔츠(yellow shirts)처럼 심하게 양극화돼 있지 않아 각 정당은 이들의 표심 공략에 전력투구하고 있다.
방콕 대학이 최근 첫 유권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79%가 투표에 참여할 의향이 있으며, 86%는 총선 정보를 소셜 미디어를 통해 얻고 있다고 답했다.
2015년 온라인 게시물 때문에 군부 정권에 처벌받았던 프라윗 로자나프룩은 "페이스북은 물론 트위터나 유튜브를 통해 시민들 스스로가 중요한 정치적 발언자가 되고 전통적 언론이 감히 하지 못했던 군부 정권에 대한 비판을 하는 것이 내게는 진정한 희망의 원천"이라고 말했다.
프라윗은 이어 "군부는 총선 이후에도 계속해서 권력을 잡고 싶어 하지만 소셜 미디어는 이번 총선을 군부의 지배에서 벗어나게 할 잠재력이 있다"고 덧붙였다.
군부 정권도 소셜 미디어의 영향력을 경계하는 분위기가 느껴진다.
태국 선관위는 이른바 '온라인 워룸'(e-war room)을 설치하고 총선을 앞두고 각 정당과 후보들의 온라인상 활동을 집중적으로 감시하고 있다.
군부 정권이 최근 '사이버 안보법'을 제정한 것을 놓고도 시민사회 일각에서는 이를 계기로 무분별한 온라인 검열이 자행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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