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 대정전 사태 일파만파…과이도 "비상사태 선포해야"

입력 2019-03-11 09:59
베네수엘라 대정전 사태 일파만파…과이도 "비상사태 선포해야"

외국군 동원 헌법조항도 언급하며 마두로 겨냥 압박 강도 높여

마두로, '사이버 공격으로 전력 복구 실패' 주장하며 음모론 제기



(서울=연합뉴스) 전성훈 기자 = '한 나라 두 대통령'의 베네수엘라에서 대규모 정전사태로 피해가 속출하는 가운데 임시 대통령을 자처한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이 '국가비상사태' 카드를 꺼내들었다.

미 CNN방송과 AF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과이도 의장은 10일(현지시간) 기자들과 만나 11일 국회 긴급회의를 소집해 국제 원조를 받기 위한 국가비상사태 선언을 요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이번 재앙에 즉각 대응해야 한다. 이 참사를 외면해선 안 된다"라며 국회가 정전 피해를 막기 위해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과이도 의장의 이러한 조치는 정적인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과 또 다른 대립 전선을 형성할 것이라고 AFP는 내다봤다.

이어 과이도 의장은 수도 카라카스 시내에서 열린 대중 집회에 참석해 마두로 대통령을 축출하기 위해 모든 선택지를 고려할 수 있다며 압박 강도를 높였다.

그는 특히 베네수엘라 헌법 187조를 언급하면서 적절한 순간에 이 헌법 조항을 발동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고 CNN은 전했다.

헌법 187조는 국회가 베네수엘라군의 해외 파견 임무와 외국 군대의 국내 임무 수행을 승인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사실상 자신을 지지하는 미국 등 서방권 국가 군대를 동원해 마두로 대통령을 쫓아낼 수 있다고 경고한 것으로 풀이된다.





마두로 대통령도 같은 날 카라카스 중심부에서 맞불 집회를 열어 미국의 제국주의와 석유 제재를 규탄했다.

그는 대정전 이후 전력의 70%를 복구했는데 또 다른 사이버 공격으로 복구 노력이 수포로 돌아갔다면서 미국을 겨냥한 '음모론'을 제기하기도 했다.

베네수엘라에서는 7일 발생한 대규모 정전 사태가 나흘째 지속하면서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과이도 의장 측에 따르면 전국 23개주(州) 가운데 16개주에 전력 공급이 전혀 되지 않고 있으며, 6개주는 부분 정전 사태를 겪고 있다.

민간 영역에선 이번 정전으로 최소 4억 달러(약 4천542억원) 상당의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병원에서 환자들이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해 사망자가 여럿 나오는 등 인명 피해도 잇따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마두로 대통령은 통신장관을 통해 11일 하루 학교와 직장 폐쇄를 발표하면서 침착하게 대응해 줄 것을 국민에게 당부했다.

lu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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