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경제진흥원장 시 예산으로 영국미술관 출장…부적절 논란
시립미술관 담당 부서와 4박 5일 일정으로 런던 미술관 방문
경제진흥원장 "청년창업 선진지 견학" vs 지역경제계 "경기 엉망인데 미술관 업무 출장이라니"
(울산=연합뉴스) 장영은 기자 = "울산경제가 그렇게 어렵다는데 지역경제 기관장이 미술관 건립 업무를 위해 해외 출장을 갔다니 이해할 수 없습니다."
울산경제진흥원장이 경제진흥원 고유 업무와는 동떨어진 울산시립미술관 건립 관련 업무로 공무 국외여행을 다녀온 데 대해 부적절한 해외 출장이라는 논란이 일고 있다.
8일 울산시에 따르면 김형걸 울산경제진흥원장은 지난 1월 28일부터 2월 1일까지 주중 4박 5일 일정으로 영국 런던을 방문했다.
울산시립미술관 건립 주무부서인 울산시 문화관광체육국 문화예술과 관계자 3명과 함께 런던의 미술관과 갤러리 등을 잇달아 방문했다.
이들은 첫날 런던에 도착해 다음 날인 1월 29일과 30일에는 유명 미술관과 이 미술관의 스토리지(수장고), 31일에는 영국 문화원과 내셔널 갤러리 방문하고 2월 1일 울산으로 돌아왔다.
울산시는 미술관 관계자들과 만나 울산시립미술관 건립 추진 현황을 소개한 뒤 미술관 운영 현황에 대한 설명을 듣고, 미술관 운영과 전시 등에 대해 토의를 하고 미술관 견학도 했다고 밝혔다.
또 미술관의 정보통신기술(ICT) 시스템과 신기술 현황을 파악하고 수장고에서는 작품별 보관 방법, 작품 반출·반입에 따른 포장 현황 등을 눈으로 보고 배웠다고 했다.
이밖에 영국문화원에서는 문화시설 설치와 도시재생 사례를 파악했고, 내셔널 갤러리 등에서는 미술관 전시실과 연계 시설물 등도 둘러봤다.
이들 일정은 대부분 시립미술관 건립 업무와 관련돼 있다.
여기에 미술과는 전혀 상관없는 울산경제 실무기관 수장인 울산경제진흥원장이 모든 영국 일정을 함께 소화한 것을 두고 비판이 일고 있다.
지역 경제계에서는 "울산경제가 최대 위기로 중소기업 지원에 온 힘을 기울여도 모자랄 판에 경제진흥원장이 본연의 업무가 아닌 미술관 건립 때문에 일주일가량이나 공무 출장을 간 것은 이해하기 어려우며, 울산경제 수장 자격이 의심된다"고 꼬집었다.
울산경제진흥원의 주요업무는 창업·일자리 지원 활성화, 중소기업 경영안정 지원, 수출 선도형 중소기업 육성으로 규정돼 있다.
이에 대해 경제진흥원장은 "경제진흥원이 하는 업무 중 창업 지원이 있는데 청년 창업이 앞선 영국에서 보고 배울 필요한 게 있는지 파악하러 갔다"고 해명했다.
경제진흥원장은 애초 언론 취재가 시작되자 "국외여행은 혼자 갔다"고 답변하고, 구체적인 여행일정은 알려줄 수 없다며 아예 공개하지 않았다.
울산시 관계자는 "경제진흥원장이 미술 관련 업무에 전문지식이 있고 영어 소통이 가능해 통역 역할도 할 수 있어 함께 간 것"이라며 "아울러 경제진흥원이 문화사업 분야에서 소상공인 지원 사업을 펴는 방안을 모색하고, 선진문화산업을 견학하는 차원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지역기업의 한 관계자는 "울산경제가 매우 어려운 상황에서 중소기업 지원과 지역경제 활성화에 매진해야 할 경제진흥원장이 자신의 업무와 상관없는 미술관 건립 업무 때문에 국외여행까지 간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며 "울산광역시에 미술 전문가가 없어 경제진흥원장이 시 예산을 들여 해외 출장을 간다는 것 자체가 조직 무질서 행위이자 예산 낭비"라고 꼬집었다.
yo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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