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유감스러운 MB 보석…항소심 제대로 진행되길
(서울=연합뉴스) 법원이 6일 이명박 전 대통령을 보석으로 석방했다. 그가 구속된 지 349일 만이다. 이 전 대통령은 다스 회사자금 350억원을 횡령하고 삼성전자에 다스 소송비를 대납시키는 등 111억원에 달하는 뇌물을 받은 혐의를 받는다. 이런 중대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5년을 선고받은 구속 피고인을 항소심 도중에 풀어준 것은 유감이 아닐 수 없다.
항소심 재판부는 구속만료 기한인 4월 8일까지 심리를 끝내고 선고하기 불가능하다고 보석허가 이유를 설명했다. 보증금 10억원 납입과 함께 주거지를 자택으로만 제한하고 접촉·통신도 제한해 자택 구금 수준이라고도 강조했다. 일정상의 이유를 이해하지 못할 바는 아니지만, 항소심 재판부가 최근 교체되고 핵심 증인들을 소환하지 못한 채 재판이 공전을 거듭하다가 보석허가에 이른 과정을 쉽게 납득하기는 어렵다. 지난 4일 공개된 리얼미터 여론조사에서 이 전 대통령 보석에 반대한 응답은 60.3%, 찬성 응답은 30.4%였다.
'다스는 누구 것인가'라는 오랜 질문에 검찰은 '다스는 MB 것'이라고 결론 냈다. 그가 다스를 통해 비자금을 조성하고 도곡동 땅과 BBK 문제도 속인 행태는 더 일찍 밝혀졌다면 대통령 당선 무효 사유에 해당한다는 것이었다. 이 전 대통령은 '정치 보복'이라고 항변했지만, 대통령의 직무 권한을 사익추구의 수단으로 남용했다는 국민적 분노가 컸다. 최측근과 형제까지 그를 외면하는 진술을 했고, 지난해 3월 22일 구속되던 날 자택 앞에서는 지지자를 찾기 어려웠다. 항소심에서는 그의 부정부패 혐의들이 더욱 철저히 파헤쳐지고, 국가정보원과 기무사령부 댓글 공작 의혹의 윗선도 제대로 규명돼야 한다.
보석의 기준과 조건에 대한 점검도 필요하다. 형사소송법의 보석 제도는 불구속 재판과 무죄 추정의 원칙을 구현하고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법관 재량에 맡겨진 셈이어서 '고무줄 잣대'라는 잡음이 생긴다. 김기춘(80)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블랙리스트 사건 1심과 화이트리스트 사건 항소심에서 보석을 청구했으나 기각당했다. 반면 부영그룹 이중근(79) 회장은 지난해 7월 보석을 허가받았다. 이호진(57) 전 태광그룹 회장은 간암을 이유로 7년 넘게 불구속 재판을 받아 '황제보석' 비판을 받다가 지난달 2차 파기환송심에서 재수감됐다. 양승태(71) 전 대법원장은 5일 보석을 허용받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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