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 '대피소' 없다…제주도 강원도 "숨 막혀"

입력 2019-03-05 15:09
수정 2019-03-05 18:38
미세먼지 '대피소' 없다…제주도 강원도 "숨 막혀"

한반도 전역 덮친 미세먼지…"마지막 보루까지 무너진 기분"



(전국종합=연합뉴스) 미세먼지가 한반도를 덮치면서 말 그대로 '숨 쉴 틈'이 없었다.

청정지역으로 꼽히는 제주와 강원의 하늘에도 먼지가 가득했다.

전국 12개 시·도에 미세먼지 비상저감 조치가 발령된 5일 제주도에서는 한라산이 희뿌연 먼지에 가려 시야에서 사라졌다.

미세먼지 청정지대로 알려진 제주마저 미세먼지 공습을 받자 관광객들을 당혹스러운 표정이었다.



제주공항에서 만난 관광객 이모(29) 씨는 "제주도에 와서도 미세먼지로 곤욕을 치를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며 "마지막 보루, 둑이 무너진 기분"이라고 안타까워했다.

도민들도 혼란스럽긴 마찬가지였다.



사상 처음으로 제주에 비상저감 조치가 발령됐지만, 거리에는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도민이 더 많이 눈에 띄었다.

학생 중 상당수도 마스크 없이 무방비 상태로 학교로 향했다.

'미세먼지 피난' 여행지로 주목받았던 청정 강원도지역마저 이날 미세먼지 공습을 당했다.

전날까지만 해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미세먼지 때문에 강릉으로 이사하고 싶다", "미세먼지 피해 강릉으로 여행을 왔다"는 이들이 있었을 만큼 강원도는 비교적 미세먼지 청정지역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연일 이어진 최악의 미세먼지에 강원도 피할 길이 없었다.

이날 강릉에 올해 처음으로 미세먼지 주의보가 내려지는 등 강원도 역시 하늘이 잿빛이었다.

한눈에 올려다보이던 대관령을 비롯한 백두대간은 미세먼지가 삼켜 버렸고,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이던 시원한 동해(바다)도 희뿌연 먼지 속으로 사라졌다.



강릉시 초당동에 사는 이모 씨는 "청정 동해안마저 미세먼지에 무너지면 우리나라에서 미세먼지를 피할 곳이 어디 있겠느냐"며 "청정 동해안의 도우미인 동풍을 기다릴 뿐"이라고 말했다.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면서 평소 걷기 운동을 나온 사람들로 북적거리던 경포호와 월화거리 등 도심 산책로에는 시민들의 발길이 눈에 띄게 줄었다.

청정지역까지 이런 사정이다 보니, 평소에도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렸던 다른 지역은 말 그대로 '공습'을 당했다.

전국 대부분 지역은 희뿌연 먼지 때문에 앞을 제대로 보기도 어려울 정도였다.

이날 서울의 하루 평균 미세먼지 농도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할 가능성까지 점쳐지고 있다.

정부가 초미세먼지를 관측한 2015년 이래 지금까지 서울의 하루 평균 농도 최고치는 올해 1월 14일 129㎍/㎥다. 이어 전날(3월 4일) 117㎍/㎥이 뒤를 잇는다.



사상 최악의 미세먼지가 이어지면서 건강과 일상이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다.

최악의 미세먼지로 연일 '잿빛 하늘'이 이어지면서 시민들의 마음마저 '잿빛'으로 물들어가고 있다.

한낮에도 해를 보기 어려운 흐릿한 날씨에 시민들은 우울감까지 호소하고 있다.

출근길 서울 지하철 왕십리역에서 만난 장모(32) 씨는 "날씨가 풀렸어도 매일 미세먼지 때문에 하늘이 흐리고 공기도 매캐해서 봄이 봄 같지 않다"며 "요새는 거의 매일 두통에 시달리고 의욕도 없다"고 불평했다.

일상의 모습도 바꿔놓았다.

미세먼지는 이제는 필수품이 됐고, 경기 수원 광교신도시는 평소 운동하는 시민들과 산책하는 애견인들로 북적이지만, 요즘은 발길이 거의 끊겼다.



평일에도 수천 명의 관광객이 몰려 혼잡한 전주한옥마을도 이날은 한산했다.

미세먼지는 내일(6일)도 기승을 부리겠다.

국립환경과학원 대기질통합센터는 대기 정체로 국내·외 미세먼지가 축적되고 국외 미세먼지가 유입되면서 6일 대전·세종의 미세먼지 농도가 '매우 나쁨', 충남은 '나쁨' 수준을 기록하겠다고 예보했다.

(변지철 백나용 김승욱 이해용 최평천 김인유 정경재 김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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