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학연기 철회 마냥 반길 수 없는 부모들 "두번 다신 없어야"
"툭 하면 휴원·폐업 협박…아이들 협상수단 악용 안돼"
"운영 투명성 강화 계기 삼아야"…교육 공공성 강화 장치 마련 요구도
(서울=연합뉴스) 사건팀 = '유치원 3법' 등에 반발해 4일 개학 연기투쟁에 돌입했던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가 하루도 지나지 않아 개학 연기 '무조건 철회'를 발표하자 학부모들은 "당연한 것 아니냐"며 일단 환영한다는 반응을 내놨다.
5세 딸을 키우는 이모(36)씨는 "부부가 맞벌이라 개학연기나 휴업이 오래 지속되면 어찌해야 하나 고민이 컸는데 너무 다행"이라며 "아이가 정상 등원을 하게 된 것은 좋지만 또다시 혼란이 발생하지 않도록 문제가 이번에 완전히 매듭지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지난해까지 딸을 사립유치원에 보냈다는 정진형(40)씨는 "이런 일이 작년 이맘때 발생했으면 나도 굉장히 당황했을 것"이라며 "한유총이 그간 학부모들이 받아들일 수 없는 억지 주장을 해왔는데 사태가 길어지기 전 해결돼 다행"이라고 했다.
한유총은 국가관리회계시스템 '에듀파인' 도입을 골자로 하는 유치원 3법과 폐원 시 학부모 3분의 2 이상 동의를 받도록 의무화한 유아교육법 시행령 개정안에 반대하며 이날 개학연기를 강행했다가 만 하루도 되지 않아 철회 입장을 밝혔다.
한유총이 자신들의 요구를 관철하고자 아이들을 볼모로 잡았다는 학부모들의 불만도 여전했다.
6세 딸을 키우는 강모(37)씨는 "맞벌이 학부모들을 난처하게 만드는 유치원 휴업 등이 다시는 협상 수단으로 악용돼서는 안 된다"며 "아이들이 새학기에 유치원에 적응하고, 학부모는 안심하고 아이들을 맡길 수 있어야 정상적인 사회 아니겠나"라고 지적했다.
유치원생 자녀를 둔 전업주무 이모(30)씨도 "유치원 쪽에서 이런 식으로 문 닫는다고 한 게 한두번이 아니다"면서 "이런 식으로 유치원이 하루 전에 일방 통보해버리면 부모는 어쩔 수 없이 따라야 하는 입장이라서 화가 난다"고 말했다.
학부모들은 어떤 상황에서도 보육 기능이 유지되도록 제도 개선 등 근본 해결책을 마련하고, 이참에 교육 공공성에 대한 고민의 폭을 넓혀 나가야 한다고 주문했다.
6세 아동 학부모 김씨는 "지금은 한유총에서 정부에 겁이 나니까 한발 물러선 것 같지만 이런 일이 되풀이되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다"며 "이후에도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재발방지책을 제대로 세워둬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5세 아이를 사립유치원에 보낸다는 이모(38)씨는 "이번 사태가 사립유치원 운영의 투명성이 강화되는 계기가 되고, 무엇보다 유치원들이 학부모들과 아이들의 입장을 더 고려하면 좋겠다"며 "공교육이든 사교육이든 부모들의 교육비 부담을 줄이고, 교육의 전반적인 질을 높이려는 시도도 같이 이뤄졌으면 한다"는 희망을 밝혔다.
학부모 정진형씨는 "사립유치원이 자선단체는 아니니 원장들도 당연히 사정이 있을 테지만 어떤 상황에서도 보육이라는 기능만큼은 유지되도록 법을 제대로 손봐야 한다"며 "이번처럼 멋대로 휴원하거나 개학을 연기하면 강력하게 징계나 처벌하고, 불가피한 경우 국가가 나서서 공백을 메워줄 수 있게끔 하는 제도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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