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유치원 개학연기 75곳 중 17곳 철회…문 닫은 곳은 없어(종합)
한유총·당국·국민 분노 사이 끼여 어정쩡…학부모·원생들만 불편
개학연기 참여해도 돌봄서비스는 제공…통학버스 중단한 곳만 시정명령
긴급돌봄서비스 외면 14명 신청에 2명 이용 "자녀가 낯선 환경 꺼려'
(부산=연합뉴스) 조정호 기자 = "원생들은 등원했지만, 교육과정 운영 여부를 확인해주지 않아 개학연기로 봐야 하는지 애매했습니다."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가 개학연기를 강행한 4일 부산시교육청은 전체 290개 사립유치원 중 개학연기 유치원 수를 75곳으로 집계했다.
75개 사립유치원 중 17곳은 시교육청이 현장확인 과정에서 개학연기를 철회했다.
이에 따라 개학연기를 강행한 곳은 58곳으로 줄었다.
시교육청은 16개 구·구군 모든 사립유치원에 지역교육청·기초단체 공무원이 2인 1조로 배치해 개학연기 여부를 현장확인 했다.
시교육청은 3일까지 290개 사립유치원 중 개학연기를 결정한 사립유치원 35곳과 응답을 하지 않은 32곳 등 67곳을 개학연기로 분류하고 예의주시했다.
하지만 4일 오전 현장확인에서 8곳이 추가로 개학연기 의사를 밝혀 모두 75곳이 개학연기에 참여한 것으로 파악했다.
개학연기를 결정한 유치원에는 이날 오전 9시 대부분 원생이 등원했다.
현장확인팀이 해당 유치원에서 단순히 돌봄서비스만 하는지, 교과과정을 정상적으로 운영하는지 판단하지 못해 허둥지둥하면서 개학연기에 참여한 유치원 집계가 늦어졌다.
시교육청이 이날 낮 개학연기 유치원 집계 결과를 공개하면서 통학 차량을 운행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된 유치원 50곳에 시정명령서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현장확인팀이 사립유치원장을 상대로 설득에 나서면서 개학연기를 철회하는 유치원은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개원연기를 결정한 유치원은 이날 원생들을 맞이했으나 상당수가 교과과정이나 급식제공 여부 등에 대해선 응답을 회피하는 등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한 유치원 관계자는 "한유총과 국민 분노 사이에 일선 유치원이 낀 형국이라 이해해달라"고 말하기도 했다.
교육 당국과 사립유치원이 갈등을 빚는 사이 학부모와 원생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
이날 오전 통학 차량이 운행하지 않자 상당수 원생은 걸어서 부모와 등원했고, 일부는 개인 승용차와 택시를 타고 유치원에 가는 불편을 겪었다.
학부모 김모(37)씨는 "통학 차량이 운행하지 않는다고 해서 1.5㎞가량 되는 거리 걸어서 등원시켰다"며 "수업을 하는지, 돌봄서비스만 운영하는지도 듣지 못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김씨는 "유치원 교사가 출근해 있어 뭐라도 시키지 않겠나 생각이 들긴 했지만 일단 급해서 애를 맡기고 왔다"고 말했다.
학부모들은 교육 당국이 대책으로 내놓은 긴급돌봄서비스를 외면했다.
시교육청이 긴급돌봄서비스 신청자를 집계한 결과 14명만 신청했고 2명만 돌봄서비스를 이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학부모들이 자녀가 낯선 환경인 유치원에 지내는 것을 불안해 긴급돌봄서비스 신청을 외면한 것으로 보인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개학연기와 관련해 오늘 문을 닫은 유치원은 한 곳도 없고 모두 돌봄서비스를 하고 있어 돌봄 대란은 없었다"며 "대부분 유치원에서 정규 교과과정을 정상적으로 운영했고 급식과 간식도 제공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통학 차량을 운행하지 않은 것은 사립유치원끼리 개학연기를 위해 담합을 한 것으로 간주하고 내일도 통학 차량을 운행하지 않으면 형사고발을 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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