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향타 잃은 화물선, 광안대교 돌진…안전 확보될 때까지 통제(종합3보)
부산시, 전문가 안전진단 결과 나오는 3일까지 차량통행 부분 제한
선장 알코올농도 면허취소기준 초과한 0.086%…해경 긴급체포
해경 "음주운항 등 혐의 적용, 조사 마치는 대로 구속영장 신청 예정"
(부산=연합뉴스) 오수희 김재홍 기자 = 28일 발생한 러시아 화물선 씨그랜드(SEAGRAND·5천998t급)호 광안대교 충돌사고로 러시아인 선장이 해경에 긴급체포됐다.
부산해경은 러시아인 선장 A씨를 음주 운항 등 혐의로 긴급체포해 조사하고 있다고 이날 밝혔다.
해경이 사고 후 화물선에 대한 정선 명령을 내린 뒤 A씨 음주 여부를 측정한 결과 혈중알코올농도가 면허 취소 수준인 0.086%로 나왔다
해상 음주운전 입건 기준은 혈중알코올농도 0.03%다.
조타실에 있던 항해사 B씨와 조타사 C씨는 술을 마시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해경 관계자는 "조타실을 총괄하고 선박 운항을 책임지는 선장이 술을 마셨다는 것은 음주 운항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씨그랜드호는 28일 오후 4시 23분께 부산 광안대교 하판 10∼11번 사이 교각을 들이받았다.
화물선 머리 부분에 있는 구조물이 다리와 충돌했으나 인명 피해나 해상 오염은 없었다.
해경은 신고 접수 후 현장에 출동해 사고를 낸 선박에 정선 명령을 내린 뒤 조타실에 있던 A씨, 항해사 B씨, 조타사 C씨 등 3명을 상대로 음주 측정을 했다.
씨그랜드호는 사고 이후 광안대교에서 먼바다 방향으로 0.5마일(약 800m) 떨어진 안전해역에 머물며 해경 조사를 받다가 오후 8시 20분께에 용호부두로 강제입항 조치됐다.
해경에 따르면 광안대교 충돌지점 수심은 9m가량이며 정상적인 입출항 코스는 아니다.
씨그랜드호는 광안대교와 가까운 용호부두를 찾은 적이 있는데 이날은 도선사 도움 없이 자력으로 출항했다.
부두에 첫 입출항하는 선박이나 입출항 경험이 있더라도 부두 구조가 복잡한 항만의 경우 선장들은 통상 미리 도선을 신청, 도선사에게 입출항을 맡긴다.
용호부두는 구조가 비교적 단순해 그동안 5천t 안팎 선박은 대부분 자력 입출항을 했으나 부두에서 광안대교까지 직선 거리가 짧게는 500m, 길어야 550m에 불과해 안심할 수는 없다.
이런 상황에서 러시아 화물선은 이날 해상교통관제센터(VTS)에 출항신고도 하지 않은 채 출항했다.
통상적으로 선사 대리점이 해수청 등에 출항신고서 제출하고, 출항 시간 정해지면 출항 10분 전에 선박 조타실에서 VTS에 교신한다.
본격적인 출항 준비가 끝나면 다시 VTS에 교신한다.
해경 관계자는 "러시아 화물선이 이런 절차를 지키지 않아 VTS 관제가 이뤄질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항해기록저장장치(VDR)를 확보해 "조타실 내 대화 내용과 선박 이동 경로 등을 조사할 것"이라며 "조사를 마치는 대로 관련 혐의를 적용해 A씨 구속영장을 신청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러시아 선박은 사고 전날인 27일 오전 9시께 부산 용호만에 입항해 경북 포항에서 선적한 화물인 쇠파이프 1천495t을 내렸다.
이어 이날 오후 4시께 스틸코일 1천415t을 실은 뒤에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로 출항할 예정이었다.
해경은 씨그랜드호가 광안대교 충돌 전인 오후 3시 44분께 용호만 선착장에 계류돼 있던 유람선 1척을 들이받아 유람선에 침수 피해가 발생한 사실을 확인하고 광안대교 충돌사고와의 연관성을 조사하고 있다.
부산시와 부산시설공단은 광안대교 하판(대연동∼해운대 방향) 진입로 중 용호램프(49호 광장 램프)를 전면 차단한 채 전문가를 동원해 파손된 교량 구조물 안전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시는 3월 1일부터 3일까지 사흘간 현장 점검을 한 뒤 정상적인 차량통행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어서 주말 차량정체가 우려된다.
2002년 12월에 완공한 광안대교는 부산을 대표하는 교량 건축물이자 핵심 교통시설이다.
하루 통행량만 12만여대에 달한다. 출퇴근시간대만 2만5천여대가 집중된다.
광안대교는 북항대교, 부산도시고속도로 등과도 연결돼 있어 이곳이 통제되면 사실상 동부산권 교통은 마비 상황에 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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