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감이 없어'…창원 방산업체 생산라인 비어간다
자주포 생산종료·전차 부품 국산화 차질·복합소총 개발 실패 등 영향
방산업체, 고용불안·순환 휴직 등 위기…"방위산업 체질개선 시급"
(창원=연합뉴스) 이정훈 기자 = 국내 방위산업의 요람인 경남 창원시에 소재한 방산업체들이 일감이 없어 생산라인을 멈춰야 할 위기에 직면했다.
기계공업도시인 창원시는 정부가 지정한 92개 방산업체 중 20개사가 몰려 있다.
20개 방산업체의 협력업체들은 280여개사에 이른다.
그러나 한화디펜스·현대로템·S&T중공업 등 우리나라 국군, 그중에서도 육군의 핵심 무기체계를 생산하는 주요 창원시 방산업체들은 기존 생산라인을 유지하기조차 힘들 정도로 최근 일감부족에 처했다.
국내 방산업체들은 생산 대부분을 수출보다는 정부 발주에 의존한다.
국내 물량이 없으면 생산라인을 멈춰야 하는 취약한 구조다.
K9 자주포를 생산하는 한화디펜스 창원공장은 정부가 발주한 K9 생산이 올 상반기 중 끝난다.
후속 양산 물량이 없어 생산라인이 빌 처지라고 회사 관계자는 전했다.
이 관계자는 "K9 수출물량이 있긴 하지만 여기서 부분조립 후 현지에서 완제품을 만들어야 해 생산라인 유지에 크게 도움이 안 된다"고 말했다.
한화디펜스는 K9 계열인 K10 탄약운반장갑차, K55 자주포 성능개량 사업으로 물량이 있긴 하다.
그러나 다른 관계자는 "1천 대가 넘게 생산된 K9 사업 공백을 채울 정도 물량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K9 생산이 곧 끝날 예정이라 생산라인이 멈추게 된다"며 "아직 휴직 이야기는 없지만, 고용 불안을 우려하는 직원들이 생기기 시작했다"고 회사 분위기를 전했다.
K2전차를 생산하는 현대로템 창원공장은 K2전차 핵심부품인 파워팩(엔진+변속기) 국산화가 늦어지면서 생산에 차질이 생겼다.
외국산 파워팩을 장착해 생산한 1차 양산분과 달리 2차 양산분 106대에는 당초 국산 파워팩을 장착하기로 했다.
그러나 2차 양산이 진작 시작됐는데도 국산 파워팩 구성품 중 다른 업체에서 제작한 변속기가 내구성 시험 등 국방규격 적합 판정을 받지 못해 양산계획에 큰 차질이 생겼다.
이 때문에 K2전차 조립라인 직원들이 다른 작업장으로 일부 분산 배치되거나 일부 공정을 건너뛴 채 작업을 하는 등 생산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S&T중공업은 변속기, 총포류를 생산하는 방산분야 인력이 지난해 12월부터 휴직에 들어갈 정도로 상황이 나쁘다.
변속기 개발 지연, 복합소총 개발 실패 등의 영향으로 물량이 줄었다.
방산분야 인력 120여명이 3개월 단위로 내년 6월까지 순환휴직을 한다.
대형 방산업체들이 일감 부족해 직면하자 협력업체들도 불안하긴 마찬가지다.
K2 전차 양산 차질이 계속되면서 현대로템 협력사 수십여곳은 제때 부품을 납품하지 못해 자금난에 내몰리는 상황이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김종대 정의당 국회의원은 창원지역 방위산업 체질개선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창원지역 방위산업은 생산만 해왔다"며 "정부가 찔끔찔끔 주는 물량에만 의존해 물량이 없으면 공장이 멈추는 구조다"고 말했다.
그는 "외국은 군 정비창이 사라지고 정비, 성능개량을 민간에 이관하는 추세다"며 "무기를 만든 업체가 정비, 성능개량까지 모두 맡아 생산라인도 유지하고 지식과 기술이 축적되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seam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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