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할 때 나오는 호르몬 이리신, 치매 예방·치료에 도움"
(서울=연합뉴스) 한성간 기자 = 운동할 때 근육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인 이리신(irisin)이 알츠하이머(노인성) 치매의 예방과 치료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에너지 대사에 관여하는 호르몬인 이리신은 근육 조직에서 만들어져 혈액을 통해 온몸에 전달되는 신호전달 단백질(messenger protein)이다.
미국 컬럼비아대학 의대의 세포생물학 교수이자 알츠하이머병·뇌 노화 연구소(Research on Alzheimer's Disease and Aging Brain) 연구원인 오타비오 아란시오 박사 연구팀은 이리신이 뇌 신경세포를 보호하고 인지기능을 개선하는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고 사이언스 데일리가 9일 보도했다.
뇌 은행(brain bank)에서 얻은 인간 뇌 조직 샘플 분석과 일련의 쥐 실험을 통해 이 같은 사실이 밝혀졌다고 아란시오 박사는 말했다.
우선 치매 환자와 정상인의 뇌 조직 샘플 분석에서는 기억 중추인 해마에도 이리신이 있다는 사실과 치매 환자의 해마에는 정상인보다 이리신이 적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연구팀은 이어 이리신이 뇌에서 어떤 일을 하는지를 알아내기 위해 일련의 쥐 실험을 해 봤다.
그 결과 이리신이 뇌 신경세포들이 신호를 주고받는 시냅스(synapse)와 기억력을 보호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시냅스는 신경세포에서 가지처럼 뻗어 나와 다른 신경세포의 시냅스와 연결되는 신호전달 통로로 신경세포의 기억 기능에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시냅스가 손상되면 치매의 핵심 증상인 기억 상실이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건강한 쥐의 해마에서 이리신을 무력화시키자 시냅스 기능이 약화하면서 기억력이 떨어졌고 이리신을 늘려주자 시냅스 기능과 기억력이 회복됐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연구팀은 운동이 이리신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도 살펴봤다.
일단의 쥐에 5주 동안 거의 매일 물에서 헤엄을 치게 하면서 치매의 원인으로 알려진 뇌 신경세포의 독성 단백질 베타 아밀로이드 플라크를 뇌에 주입했다. 그런데도 기억력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러나 약물로 뇌의 이리신 분비를 차단하자 헤엄치는 운동이 가져온 이러한 효과는 완전히 사라졌다.
이리신 분비가 차단된 쥐들은 운동을 하지 않으면서 베타 아밀로이드 플라크가 주입된 쥐들보다 기억력 테스트 성적이 나빴다.
이는 이리신이 치매 예방과 치료에 도움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연구팀은 판단하고 뇌의 이리신 분비를 촉진할 수 있는 후보 물질 찾기에 나섰다.
운동하면 이리신이 분비되지만, 심장병, 관절염, 치매 등 노인성 질환으로 운동할 수 없는 사람들에게는 이리신 분비를 자극할 수 있는 약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 연구결과는 영국의 의학전문지 '네이처 메디신'(Nature Medicine) 최신호에 발표됐다.
sk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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