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벤처도 우려하는 '반기업 정서' 경제에 도움 안된다
(서울=연합뉴스) 한국을 대표하는 벤처기업인들이 7일 문재인 대통령 초청 청와대 간담회에서 쓴소리를 쏟아냈다. 이들은 국내 벤처기업이 역차별당하는 현실, 정부 지원책의 시장 왜곡 우려, 외자 유치 제약이나 핀테크 규제, 노동정책의 지나친 경직성 등 정부 정책에 대한 아쉬움을 허심탄회하게 털어놨다. 우리 사회의 반기업 정서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고 한다. 이번 간담회에는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김범석 쿠팡 대표 등 혁신 벤처기업인 7명이 참석했다.
내로라하는 벤처기업인들의 우려는 자신들의 비즈니스 환경을 개선하려는 측면도 물론 있겠지만 모두가 새겨들을만한 것들이다. 국내 벤처기업들의 역차별 문제만 하더라도 국내기업들에 특혜를 달라는 것이 아니라 글로벌 경쟁사들과 동등한 시장규칙을 적용해달라는 요청이다. 2016년 기준 구글의 한국 내 매출은 4조9천억원으로 네이버의 4조8천억원보다 많지만, 구글이 한국에 낸 세금은 200억원에 불과하다. 네이버는 4천300여억원의 세금을 냈다. 국내 IT 기업들은 동영상 서비스 트래픽 발생 대가로 통신사에 수백억 원의 망 사용료를 내지만 유튜브와 넷플릭스는 망 사용료를 내지 않고 국내 동영상 서비스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이러니 역차별 논란이 제기되는 것은 당연하다.
올해 경제정책의 최우선 목표인 경제활력 높이기가 성과를 거두려면 반기업 정서도 되짚어봐야 한다. 벤처기업인들은 "자산규모가 커질수록 국민이 기업을 바라보는 시선이 날카로워지고 있다"며 우리 사회에 퍼진 반기업 정서를 우려했다. 물론 반기업 정서는 압축 성장기에 재벌들이 정경유착 고리 속에서 부를 축적해가는 과정에서 저질렀던 불공정과 특혜시비에서 비롯됐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이런 정서는 글로벌 기업들과 경쟁하는 우리 기업들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일부 대기업들의 불공정 문제가 있다면 공정경제 제도의 틀 안에서 해결하면 될 일이다. 반기업 정서는 이른 시간 안에 해소될 것이라는 문 대통령의 기대가 머잖아 이루어지길 바란다.
정부는 올해 초부터 경제 현장 챙기기에 나섰다. 문 대통령도 경제 현장을 수시로 방문하고 경제·기업인 초청 간담회를 이어가고 있다. 전반적으로 경제가 어려운 마당에 대통령이 직접 나서 다양한 목소리를 듣고 정책에 반영하려는 의도다. 관련 부처나 국민들에게 경제 살리기가 우선이라는 메시지도 담았을 것이다. 어쨌든 청와대나 정부는 기업인들의 건의나 의견을 으레 나오는 하소연 정도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 꼼꼼히 새겨듣고 전향적으로 검토하되 바로 정책화할 수 없다면 그 이유를 소상히 설명해야 한다. 그래야 기업인들도 속내를 털어놓고 정부와 함께 고민할 것이다. 우리 사회의 최대 고민인 일자리는 결국 기업의 투자 확대에서 나온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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