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보복'으로 계약이행 차질…법원 "손해배상액 낮춰야"
"계약이행 책임 면할 정도는 아니지만, 국가 관계 영향 가능성 배제 못 해"
(서울=연합뉴스) 고동욱 기자 = 중국의 이른바 '사드 보복' 탓에 계약을 이행하지 못했다면, 계약서상 규정된 손해배상 책임을 아예 면할 수는 없으나 일부 감액할 사유가 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32단독 유영일 판사는 화장품 수출업체인 A사가 물류업체인 B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2천900여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A사는 2016년 직접 개발한 마스크팩과 크림 등 화장품을 수출하기 위해 중국에서 위생허가 심사를 받는 업무를 B사에 위탁했다.
화장품 허가비 1천45만원을 포함해 총 계약금액은 1천400여만원이었다.
A사는 B사와 위탁 계약을 맺으며 계약금을 지급한 날로부터 2개월 안에 위생허가증을 받지 못하면 화장품 허가비의 2배를 배상한다는 조항을 넣었다.
B사는 같은 해 10월 중국의 관할 관청에 허가 신청서를 냈으나 그 이후 후속 절차가 전혀 진행되지 않았다.
이에 A사는 당초 계약한 돈을 반환하고, 여기에 2배 배상금을 더해 총 3천500여만원을 배상하라며 소송을 냈다.
반면 B사는 "중국에서 허가 업무를 진행하려 했으나, 이는 중국 당국의 방침이 바뀐 데다 한·중간의 '사드 갈등'으로 중국 당국이 한국과 관련한 업무를 등한시했기 때문"이라며 "어쩔 수 없는 상황이므로 손해배상 책임을 질 수 없다"고 맞섰다.
재판부는 이와 같은 B사의 주장이 계약을 이행하지 못한 책임까지 면할 정도는 아니라고 봤다.
다만, 배상액은 일부 줄일 만한 사정이 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화장품에 대한 위생허가는 외국의 행정청이 심사하는 행정허가로, 국내 행정철차에 비해 상대적으로 예측 가능성이 떨어진다"며 "국가 간의 관계 변화에도 영향을 받을 개연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이런 판단에 따라 "배상 손해액을 계약상의 2배가 아닌 1.5배로 인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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