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의 떡' 장애인에겐 너무 먼 제주 관광

입력 2019-01-30 05:00
'그림의 떡' 장애인에겐 너무 먼 제주 관광

(제주=연합뉴스) 백나용 기자 = 최근 부푼 기대감을 품고 난생처음 제주 여행을 온 김모(34·서울)씨는 공항에서 내리자마자 큰 벽에 부딪혔다.



불의의 사고로 다리를 다쳐 네 바퀴 휠체어를 타야하는 김씨에게는 관광지로 이동하는 자체가 고난의 연속이었기 때문이다.

김씨는 "특수개조 차량 대여나 리프트가 설치된 저상버스에 탑승하는 것이 사막에서 바늘 찾기보다 어려웠다"며 "아무리 아름다운 관광지라도 접근할 수 없다면 그림의 떡"이라고 꼬집었다.

매년 1천500만명에 이르는 관광객이 제주를 찾고 있지만, 장애인 관광객이 이용할 수 있는 교통수단은 턱없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28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우리나라 등록장애인 수는 전체 국민 중 4.9%를 차지하는 254만5천637명으로 이 가운데 절반가량인 125만4천130명이 이동하는 데 불편을 느끼는 지체장애인이다.

하지만 도내 장애인 관광객을 위한 특수개조 차량은 리프트가 설치된 전세버스 3대와 렌터카 12대 등에 불과하다.

특히 렌터카의 경우 도내 1개 업체에서만 경사로 리프트 차량 2대, 핸드컨트롤 차량 7대(오른쪽 3대·왼쪽 4대), 한발 장애용 차량 3대 등을 대여하고 있다.

이처럼 장애인 관광객이 사용 가능한 특장차량 대수가 한정돼 있어 일반 차량보다 대여 비용도 비싸고 성수기 때는 이마저도 빌리기 쉽지 않다.

제주도 내 전체 버스노선 209개 중 저상버스 운행 비율은 10%로 전국 최하위권에 머물고 있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제주도는 장애인 콜택시 76대를 운행하고 있지만, 하루 평균 예약 건수가 700건 이상으로 예약 대기가 길어 여행 일정에 맞추기도 힘들다.

제주시티투어 버스 역시 휠체어에 타고 탑승이 불가해 몸이 불편한 장애인의 경우 동반자 없이는 사실상 제주 관광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이와 관련, 제주도 내 장애인 전문 여행사 관계자는 "행정부터 장애인 관광 복지에 대해 소극적으로 보다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며 "또 장애인 관광도 수익 창출이 가능한 시장이라는 사회적 인식 전환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dragon.m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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