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앞두고 날벼락…" 안성 축산농가 한숨

입력 2019-01-29 12:00
수정 2019-01-29 12:12
"설 앞두고 날벼락…" 안성 축산농가 한숨

예방적 살처분 대상되는건 아닌지 밤잠 설쳐

설 대목 앞두고 출하길 막혀 시름만 깊어져

(안성=연합뉴스) 최해민 기자 = "설 대목 앞두고 이게 무슨 날벼락입니까."



설 연휴를 닷새 앞두고 한우 산지인 경기도 안성에서 구제역이 발생하자 지역 축산인들의 근심이 깊어지고 있다.

"구제역 확산 막아라"…설 앞두고 구제역 비상 / 연합뉴스 (Yonhapnews)

특히 설 대목을 앞두고 출하 길마저 막히자 구제역이 확산하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미양면에서 육우 1천여두를 키우는 최모(51)씨는 "너무 심란하다"며 "설 대목에 출하를 앞둔 소를 그대로 농장에 두고 정밀 검사만 하고 있자니 착잡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축산인들은 설 대목 출하 길이 막힌 것도 문제지만 자식같이 키운 소를 살처분하게 될까 봐 노심초사다.

구제역이 발생한 농장 근처 농장주 김모(68)씨는 "작년 11월에 수천만 원을 들여 송아지 30여두를 입식했는데 예방적 살처분 대상에 포함될까 봐 걱정"이라며 "특히 송아지는 면역력이 낮은 편이어서 세심하게 관찰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광면에서 젖소 110여두를 키우는 이모(60)씨는 "착잡하고 걱정돼서 밤에 잠을 못 이뤘다"며 "금광면에서는 구제역이 발생한 적이 없는데 이번이 처음이어서 그런지 더 충격이다"고 했다.

안성지역 축산인들은 혹여 구제역 확산의 진원지라는 오명이 붙을지 몰라서, 설 명절에 찾아올 자녀들에게 이번엔 고향에 오지 말라는 전화를 돌리고 있다고 한다.

그나마 구제역이 발생한 농장이 송아지를 다른 농가로 출하하는 육우 농장이 아닌 젖소 농장인 탓에 소 이동이 거의 없어 구제역 확산 조짐은 아직 없는 상태다.

또 백신 예방 접종률이 낮은 돼지 농가가 구제역 발생 농장 반경 3㎞ 내에 단 한 곳도 없어 과거 구제역 확산 사태에 비교할 때 사정은 나은 편이다.

하지만 구제역 사태가 얼마나 오래 갈지 모르는 상황이어서 축산인들은 불안하기만 하다.

29일 오전 구제역 발생 농장을 찾은 우석제 안성시장은 "축산업에 종사한 사람으로서, 가축이 병이 들면 농장주는 자식이 아픈 것처럼 마음이 아프기 마련"이라며 "철저한 방역으로 구제역 확산을 막아 축산인들의 시름을 덜겠다"고 말했다.



한편 농림축산식품부는 대규모 이동이 예상되는 설 연휴를 며칠 앞둔 상황인 만큼, 앞으로 3주간의 대응이 구제역 확산의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goal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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