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대통령 사태' 베네수엘라, 자국 통화 35% 평가절하

입력 2019-01-29 03:37
'두 대통령 사태' 베네수엘라, 자국 통화 35% 평가절하

달러당 3천200 볼리바르로 고정…"암시장 환율에 맞추기 위한 것"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국기헌 특파원 = '한 나라 두 대통령' 사태로 극도의 정국혼란에 휩싸인 베네수엘라가 28일(현지시간) 자국 통화 가치를 약 35% 평가절하했다고 AFP 통신이 보도했다.

베네수엘라 정부는 이날 볼리바르화의 가치를 달러당 3천200 볼리바르로 고정했다.

달러 암시장에서 거래에 참고하는 달러투데이닷컴이 제시한 달러당 3천118.62볼리바르와 거의 일치하는 수준이다.

이번 조치는 암시장에서 거래되는 달러 환율에 맞추기 위한 것이라고 AFP 통신은 분석했다.

2013년 니콜라스 마두로가 대통령에 처음 취임한 이후 6년간 베네수엘라 경제는 쇠퇴를 거듭해 규모가 '반 토막'이 났다.

세계 최대 원유 매장량을 보유한 베네수엘라는 2014년 이후 한동안 이어진 국제유가 하락세와 미국의 경제·금융 제재, 막대한 정부 지출, 무분별한 화폐 발행 등으로 초인플레이션과 최악의 생필품난을 겪고 있다.

상황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물가상승률이 1천만%까지 치솟을 것으로 전망했다. IMF가 물가상승률 전망치로 제시한 '1천만%'는 현대 경제사에서 거의 유례를 찾기 힘든 수준이다.

살인적인 물가상승, 식료·의약품 등 생필품난에 더해 정정 불안을 견디지 못해 2015년 이후 인구의 약 10%(3천278만명)에 육박하는 300만명이 조국을 떠나 콜롬비아나 페루 등 인근 국가로 이주했다.

앞서 베네수엘라 정부는 물가 안정을 위해 지난해 8월 자국 통화를 10만대 1로 액면 절하하는 화폐 개혁을 단행했다. 또 최저임금을 3천% 올리고 급여를 자국산 석유를 토대로 만든 디지털 가상화폐 '페트로'(Petro)와 연동시켰다.

마두로 대통령은 국제유가 하락 속에 미국의 경제제재가 더해져 초래된 극심한 식량난 등 경제위기와 정국혼란을 못 이겨 많은 국민이 해외로 탈출하는 가운데 지난 10일 두 번째 6년 임기를 시작했다.

마두로는 작년 5월 치러진 대선에서 68% 득표율로 재선에 성공했지만, 야권은 유력 후보들이 가택연금, 수감 등으로 선거에 나설 수 없는 상황에서 치러진 대선이 무효라며 마두로의 정통성을 인정하지 않고 퇴진을 요구해왔다. 분열된 야권에서 일부 후보가 대선에 나섰지만 마두로 대통령의 재선을 막지 못했다.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은 지난 23일 반정부 시위 현장에서 자신을 '임시 대통령'이라고 선언한 뒤 미국 등 우파 국제사회의 지지 아래 정권 퇴진과 재선거 관철 운동을 이끌고 있다.

penpia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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