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총리-제1야당 대표, 브렉시트 혼란 커지자 책임 공방
메이 "대화 거부 코빈 이해 안 돼"…코빈 "메이 마음은 꽉 닫혀있어"
보수당 강경론자 그룹 "브렉시트 합의 원하지만 '안전장치'는 안돼"
(런던=연합뉴스) 박대한 특파원 =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이른바 브렉시트를 두 달가량 앞두고 여전히 혼란이 지속되자 영국 총리와 노동당 대표가 서로에게 책임을 전가하며 설전을 벌였다.
23일(현지시간) 영국 하원에서 열린 '총리 질의응답'(Prime Minister's Questions·PMQ)에서 제1야당인 노동당의 제러미 코빈 대표는 다시 한번 메이 총리에게 '노 딜' 브렉시트를 배제할 것을 촉구했다.
'노 딜' 브렉시트란 영국이 아무런 협정을 맺지 못하고 오는 3월 29일 23시(그리니치표준시·GMT)를 기해 유럽연합(EU)에서 떨어져 나가는 것을 뜻한다.
메이 총리는 지난 16일 하원에서 정부 불신임안이 부결되자 야당 지도부를 포함한 '초당적 논의'를 통해 의회의 지지를 받을 수 있는 브렉시트 계획을 찾겠다고 밝혔다.
코빈 대표는 그러나 메이 총리가 우선적으로 '노 딜'을 배제하지 않으면 대화할 수 없다고 고집해 왔다.
메이 총리는 이날 코빈 대표가 그동안의 대화에 불참한 것에 불편한 심기를 숨기지 않았다.
메이 총리는 "코빈 대표는 (팔레스타인 무장세력) 하마스,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 (북아일랜드의 무장조직) 아일랜드공화국군(IRA)과도 전제조건없이 대화하겠다고 밝혀왔는데, 브렉시트와 관련해서는 나를 만나지 않겠다고 한다"고 비꼬았다.
그러자 코빈 대표는 "총리 집무실의 문은 열려있지만, 그 안에 있는 (총리의) 마음은 완전히 닫혀 있다"고 지적했다.
코빈 대표는 하원의 다수는 영국이 EU 관세동맹에 잔류하는 것을 원하며, 기업과 노동단체, 심지어 일부 보수당원까지 이를 지지하지만 메이 총리가 이를 찬성하지 않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에 메이 총리는 관세동맹이 불필요한 절차 없이 수출을 할 수 있는 것을 의미한다면 자신의 브렉시트 합의안이 충분히 이를 가능하게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동시에 영국은 독자적인 무역정책을 펼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코빈 대표의 브렉시트 정책이 무엇인지, 그것이 영국의 무역에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를 코빈 대표 자신이 모르고 있다고 주장했다.
정부와 제1야당 대표가 팽팽한 설전을 이어가는 가운데 보수당 내 브렉시트 강경파 그룹은 메이 총리가 '안전장치'(backstop)를 제거할 수만 있다면 합의안을 지지하겠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안전장치'는 영국과 EU가 미래관계에 합의하지 못할 경우 아일랜드와 북아일랜드에서 국경을 엄격히 통제하는 '하드 보더'를 피하고자 영국 전체를 당분간 EU 관세동맹에 잔류하도록 하는 것이다.
브렉시트 강경파는 '안전장치'가 일단 가동되면 영국이 일방적으로 협정을 종료할 수 없어 EU 관세동맹에 계속 잔류해야 한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보수당 내 유럽회의론자 모임인 '유럽 연구단체'(ERG) 수장인 제이컵 리스-모그 의원은 "나 역시 브렉시트 합의를 원한다. 또한 언제나 보수당 대표와 같은 편에 서 있기를 바란다"면서 "그러나 (메이 총리의) 합의안은 브렉시트를 전달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는 "가장 큰 문제는 '안전장치'"라며 "'안전장치'가 있는 한 나는 합의안에 찬성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최근 '안전장치'와 관련해 아일랜드에서 입장 변화 움직임이 있는 것은 긍정적이라며, 브렉시트 합의문을 다시 써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pdhis9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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