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진 日게이단렌, '관제춘투' 탈피…"기업이 임금인상 결정"

입력 2019-01-23 10:13
달라진 日게이단렌, '관제춘투' 탈피…"기업이 임금인상 결정"

(도쿄=연합뉴스) 김정선 특파원 = 일본 최대 경제단체인 게이단렌(經團連)이 정부 주도의 이른바 '관제춘투'에서 벗어나려는 움직임을 보이며 새로운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관제춘투(官製春鬪)란 매년 봄 노사 간 임금협상 시 일본 정부가 나서서 기업들에 임금인상을 요구하는 것을 일컫는다.

23일 일본 언론에 따르면 게이단렌은 올해 회원사의 임금협상 지침이라 할 수 있는 '경영노동정책특별위원회 보고'를 전날 발표했다.



이 문서는 현재까지의 임금협상에 대해 "관제춘투라고 비판하는 경향이 있다"며 임금인상은 "경영자가 임금 결정의 대원칙에 따라 주체적으로 판단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문서에는 임금인상에 대해 "노사에 의해 철저한 논의를 거쳐 기업이 결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명기됐다.

이에 대해 마이니치신문은 "정부의 임금인상 요청에 의한 관제춘투에서 탈피하려는 태도를 명확히 했다"고 분석했다.

요미우리신문은 "관제춘투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명기, 임금인상은 경영자가 주체적으로 판단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밝혔다"고 설명했다.

일본 정부는 디플레이션 탈출을 위해 기업들의 임금인상을 6년째 압박하고 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지난달 말 게이단렌이 주최한 행사에서 올해 봄 노사 임금협상에서 임금을 인상해 달라고 공식 요청했다.

그는 1989년의 임금인상률이 올해의 두배 수준인 5%였다고만 언급하면서 임금인상 폭의 구체적인 수치를 언급하지는 않았다.

아베 총리는 2017년 12월에는 게이단렌에 '3% 이상의 임금인상'을 요청한 바 있는데, 지난해 봄 임금협상에서 대기업의 평균 임금 인상률은 이에 못 미치는 2.53%였다.

아베 총리가 또다시 임금인상을 요구한 것은 올해 10월로 예정된 소비세 인상(8%→10%)이 소비심리 위축과 경기 둔화로 이어질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이런 가운데 게이단렌은 이번 지침에서 "임금인상의 모멘텀을 유지하는 것으로 경제의 선순환에 계속 기여해갈 것"이라면서도 "원래 임금 임상은 정부 요청을 받아 행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지침에는 아베 총리가 요청한 임금인상 목표를 포함했지만 이번에는 제시하지 않았다.

또한, 임금인상 방법에 대해 "다양한 방법을 조합해 검토할 것"을 촉구했다. 다만 임금인상이 "수익이 안정적으로 확대되는 기업"에는 선택지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지난해 5월 선임된 나카니시 히로아키(中西宏明) 게이단렌 회장은 2014년 아베 내각이 시작한 관제춘투에 대해 "본질적 임금인상 논의를 하지 않은 채 (정권에서 임금인상 목표) 숫자가 나오는 것에는 위화감이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요미우리신문은 이번 지침에 대해 "나카니시 회장의 의향이 깊게 반영됐다"고 분석했다. 그동안 정부 주도 임금인상에 대해선 부정적 의견이 제기되기도 했다.

게이단렌의 지침은 임금인상과 종업원에 대한 종합적 처우 개선을 '자동차의 양축'으로 제시하고 텔레워크(출근하지 않고 집 등 사무실 이외의 장소에서 근무하는 것) 도입을 포함한 유연한 근무형태, 종업원의 능력개발 지원 방안을 검토할 것을 촉구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지난해와 비교해 게이단렌이 인재 육성도 중시하는 방침을 밝혔다며 미국과 중국의 무역 마찰로 경기 악화가 우려되는 가운데 기업이 인재 투자를 위해 어떤 노력을 펼칠지가 향후 초점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게이단렌은 지난해 5월 현재 일본 대표 기업 1천376개와 주요 업종별 109개 단체, 지방경제단체 47개로 구성돼 있다.



js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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