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제재 여파…이란 '국민차' 가격 하루만에 71% 인상
(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이란에서 '국민차'로 불릴 만큼 서민층에 널리 팔리는 자동차의 출시 가격이 하루 만에 71% 올랐다.
이란 국영 자동차회사 사이파는 20일(현지시간) 소형차 프라이드 차종의 공장 출시 가격을 2억1천만 리알(비공식 시장환율 기준 약 1천800달러.약 202만원)에서 3억6천만 리알(약 3천100달러)로 71% 올린다고 발표했다.
미국이 지난해 5월과 11월 대이란 경제 제재를 복원하면서 이란 리알화의 가치가 급락했고, 이에 따라 자동차에 필요한 부품의 수입 가격이 순식간에 뛰어오른 탓이다.
사이파는 부품을 조달하는 협력업체에 지급해야 할 대금을 감당할 수 없어 불가피하게 출시 가격을 올린다고 설명했다.
이란 정부는 파산하지 않으려면 자동차의 출시 가격을 상당히 올려야 한다는 자동차 업계의 요청을 받아들였다.
시장 환율을 기준으로 한 이란 리알화의 달러화 대비 가치는 1년 사이에 3분의 1로 떨어졌다.
이란 자동차 업계는 미국의 제재로 부품 가격이 오르자 사실상 모든 차종의 가격을 올렸으나, 이번 프라이드 차종의 가격이 인상된 영향은 이란 서민층에 더욱 크게 미칠 전망이다.
이란에서 팔리는 차종 가운데 가격이 가장 낮은 덕분에 이란 서민층이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사는 자동차이기 때문이다.
이란의 심각한 실업난으로 직장을 구하지 못하는 서민층은 비교적 싼 값에 이 차를 사 비인가 택시 영업, 배달업 등에 종사한다.
이런 이유로 가격 인상이 공식 발표되자 소비자의 원성이 높아지고 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사이파는 돈을 미리 내고 차를 기다리던 소비자들에게 일부러 차량 인도를 늦추다 이제야 구매 계약을 취소하든지, 인상분을 더 내고 차를 살 수 있다고 공지했다.
테헤란 시민 모하마디 씨는 현지 언론에 "서민은 오른 가격으로 프라이드를 살 수 없다"며 "애초 지난해 10월 차를 받기로 계약했는데 석 달이나 미루다가 돈을 더 내라는 게 말이 되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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