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최선희 스톡홀름 협상에 시선집중…북미정상회담 풍향계
美, 北최선희 체류 스톡홀름에 비건 급파…19∼22일 협상할듯
2차정상회담 의제인 비핵화-상응조치 '밀당'…'대북제재' 최대 쟁점될듯
(서울=연합뉴스) 조준형 이상현 기자 = 북미가 제2차 정상회담을 2월말 개최하기로 합의함에 따라 그 내용을 채울 스티븐 비건 미 대북특별대표와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 간의 회담에 외교가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최선희 부상이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리는 국제회의 참석 차 17일(이하 현지시간) 현지에 도착해 있는 가운데, 비건 대표가 19∼22일 스웨덴을 방문한다고 국무부가 18일 발표했다.
워싱턴을 방문한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을 각각 만나 2차 정상회담 개최 및 그 시기를 대략 합의한데 이어 앞으로 1개월여 동안 정상회담의 '내용'을 채울 실무회담이 스톡홀름에서 시작된다.
완전한 비핵화, 북미간 새로운 관계 수립,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등 1차 북미정상회담에서 합의한 테마들의 구체적 이행계획을 조율해 2차 북미정상회담의 테이블 위에 올리는 것이 비건 대표와 최 부상의 역할이다.
작년 8월 임명된 비건 대표는 최선희 부상과 첫 대좌를 하게 된다. 미국이 비건 대표 중심으로 대북협상 진용을 꾸린 뒤 실무협상을 개최하길 희망했지만 핵 신고와 검증, 종전선언, 대북제재 완화 등 비핵화 및 상응조치를 둘러싼 북미 간 이견이 워낙 큰 상황에서 북한은 그동안 실무협상에 적극성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 피할 수 없는 다리에서 만날 비건 대표와 최 부상은 2차 북미 정상회담의 내용을 채우는 막중한 역할을 하게 됐다.
비건 대표와 최 부상의 협상은 1차 북미정상회담에서 '재료'만 확인한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 협상의 '착공'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특히 주목된다.
북미 양측이 작년말부터 물밑 채널을 통해 비핵화와 상응조치의 조합을 논의했고 결국 18일 2차 정상회담 개최를 공식 발표했지만 회담에서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체제, 북미관계 정상화 등과 관련 어느 정도의 합의가 나올지는 미지수라는 것이 중론이다.
이번에 구체적인 정상회담 날짜와 장소를 못 박지 못한 것도 의제와 관련해 채워야할 '공란'이 작지 않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스톡홀름에서 시작될 비건 대표와 최 부상의 협상에서 양측이 입장 차이를 얼마나 좁히느냐에 따라 정상회담 개최에 긍정적인 영향도, 부정적 영향도 줄 수 있으리라는 것이다.
비건 대표와 최 부상 간 협상의 핵심 쟁점은 대북제재 완화일 것이라는 것이 외교가의 예상이다.
이번 협상에 앞서 북한은 이미 작년 9월 남북정상회담 합의를 통해 '미국의 상응조치'를 전제로 영변 핵시설을 폐기할 수 있음을 밝혔고 국제 참관단 입회 하의 동창리 발사장 폐기도 약속했다.
이에 미국은 한미협의를 거쳐 종전선언, 연락사무소 개소, 인도적 지원 등의 제공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상황에서 아직 북미가 현격한 입장 차이를 보이고 있는 것이 대북 제재 완화다.
세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이 18일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를 볼 때까지 대북 압박과 제재를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는 점에서 아직 양측의 간극이 큰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반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신년사를 통해 미국의 제재·압박이 계속될 경우 '새로운 길'을 갈 수 있다고 언급하며 제재 문제에 관한 한 사실상 '배수의 진'을 치는 듯한 모습을 보인 바 있다.
미국 독자 제재 및 안보리 제재의 일부를 해제하는 방안과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을 재개할 수 있도록 관련 제재에 예외를 적용하는 방안 등이 거론되는 가운데 양측간 밀고당기기가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은 '최후의 보루'로 여겨온 제재를 비핵화 초기단계에 완화하는 결단을 내릴 경우 그 반대 급부로 미국 본토에 대한 위협인 북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조기 폐기를 요구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비건-최선희 협상에서 '핵신고-검증' 등을 포함하는 전체 비핵화 로드맵을 다룰지도 중대한 관전 포인트다. 현 상황에서 핵 신고를 하는 것은 '타격 좌표'를 알려주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북한의 완강한 입장 속에 2차 북미정상회담에서 핵 신고와 검증의 구체적 계획이 나오긴 쉽지 않아 보인다.
결국 2차 북미정상회담에서 곧바로 이행 가능한 비핵화 조치들의 상세 계획 뿐 아니라 핵 신고와 검증, 보유 핵무기와 핵물질 폐기 약속까지 아우르는 '포괄적 밑그림'을 만드느냐, 단순히 초기단계 조치 합의서만 만드느냐는 비핵화의 앞날에 중대한 '차이'를 만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김정은 위원장이 완전한 비핵화를 누차 약속했음에도 핵보유국 인정에 입각한 핵군축 협상을 하려는 것이 속내가 아니냐는 일각의 의심도 있는 상황에 완전한 비핵화로 가는 큰 그림까지 실무협상에서 논의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이런 가운데,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스톡홀름으로 떠난 것으로 알려짐에 따라 남북미 3자 협의 가능성도 거론된다. 북미간 비핵화와 상응조치 협상에서 다룰 의제 가운데 개성공단 및 금강산 관광 재개와 종전선언 등 우리 정부가 담론을 주도해온 현안들이 있는 만큼 이 본부장이 북미 협상의 촉진자 역할을 할지에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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