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가동 임박 '폼페이오-김영철 라인', 2차 핵담판 징검다리 놓나

입력 2019-01-16 00:59
수정 2019-01-16 17:19
재가동 임박 '폼페이오-김영철 라인', 2차 핵담판 징검다리 놓나

지난해 5월말 뉴욕회동 후 7개월만…김영철 트럼프 면담 가능성

2차정상회담 시간·장소 윤곽…비핵화-상응조치 맞교환 조합도 조율 예상



(워싱턴=연합뉴스) 송수경 특파원 = 2차 북미정상회담의 밑그림을 그릴 북미 고위급 회담이 이르면 17∼18일 열릴 것으로 알려짐에 따라 7개월여 만에 재가동되는 '폼페이오-김영철 라인'에 관심이 쏠린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의 고위급 회담은 대북제재를 둘러싼 힘겨루기 등으로 한동안 막혀 있던 북미협상의 돌파구를 마련하는 한편 가시권에 들어온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2차 핵 담판을 준비할 중대 분수령으로 꼽힌다.

지난 5월 말∼6월 초 김 부위원장의 방미 당시 좌초된 6·12 북미 정상회담을 다시 살려내며 싱가포르로 가는 길을 닦았던 두 사람이 이번에도 다시 2차 북미정상회담의 징검다리 역할을 할지 주목된다.

때마침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도 국제회의 참석을 위해 스웨덴 방문길에 오르면서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와 최 부상 간의 실무협상 채널 가동 가능성도 일각에서 제기되는 등 2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 국면에서 북미 간에 긴박한 움직임이 감지되는 흐름이다.



북미 협상의 '키맨'인 폼페이오 장관과 김 부위원장이 다시 미국에서 회동하는 것은 지난 5월 31일 뉴욕 회담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당초 지난해 11월 8일 뉴욕에서 고위급 회담이 열릴 예정이었으나 북한 측의 요청으로 회담이 막판에 무산된 바 있다.

미 CNN방송은 14일(현지시간) 김 부위원장이 빠르면 이번 주 2차 북미 정상회담 세부사항을 확정하기 위해 워싱턴DC를 방문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중동 순방일정을 마치고 돌아온 폼페이오 장관이 16∼17일 워싱턴DC에서 재외공관장 회의를 주재하는데 이어 22∼25일에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는 세계경제포럼(WEF) 연차총회(다보스포럼)에 참석하는 것을 감안할 때 북미고위급 회담 시간표는 17∼18일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폼페이오-김영철 콤비'는 폼페이오 장관의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 시절부터 북미 간 막후 조율을 책임져온 핵심 라인이다. 6·12 북미정상회담 뒤인 지난해 7월 폼페이오 장관의 3차 방북 당시 핵 신고와 종전선언을 둘러싼 충돌로 한동안 북미간 교착 국면이 이어졌고, 지난해 11월 뉴욕 고위급 회담이 불발되는 등 부침이 있었으나 이번에 다시 '케미'를 연출할지 주목된다.

이번 고위급 회담의 1차 목적은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2차 정상회담에 대한 최종 조율이다.

두 정상이 새해 들어 '친서 외교' 등을 통해 '조속한 재회'에 대한 의지를 서로 교환하는 등 분위기가 한창 무르익은 가운데 현재로선 시간표와 장소 등 실행계획(로지스틱스) 확정 절차가 남은 상태이다.

이와 관련, 폼페이오 장관도 지난 13일 방송 인터뷰에서 진행자가 북미 정상이 마주 앉는 걸 언제 볼 수 있냐고 질문하자 "우리는 세부사항을 도출(work out)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현재 정상회담 개최지로는 접근성과 상징성 등의 면에서 베트남 하노이가 1순위로 거론되는 모양새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2차 북미 정상회담을 내달 중 베트남에서 열자고 북한에 제안했으며, 북한이 이에 대해 검토 중이라는 외신 보도도 나왔다. 그 외에 태국, 인도네시아 등도 이름을 오려온 가운데 일각에서는 하와이, 판문점 등도 거론되고 있다.

시기에 대해서는 준비 기간을 감안해 '2월 말∼3월 초' 개최설이 제기돼온 가운데 최근 들어서는 2월 중으로 앞당겨질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오랜만에 마주 앉는 폼페이오 장관과 김 부위원장이 이번 테이블에서 주파수를 맞춰야 할 또 하나의 과제는 2차 정상회담의 의제 조율이다.

'톱다운 협상'의 특성상 최종 담판은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몫으로 그 공이 넘어가겠지만, 북한의 비핵화 실행조치와 미국의 상응 조치 간 주고받기 조합에 대한 1차 청사진은 이번 고위급 회담에서 어느 정도 그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당초 요구했던 '핵 신고' 카드는 일단 뒷순위로 접고 유연한 입장으로 돌아선 가운데 북한이 이미 거론한 영변 핵시설 및 동창리 미사일 기지 폐기와 미국의 연락사무소 개설 및 인도지원 재개 카드 등이 협상 테이블 위에 올라올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이 신년사에서 '조건 없는 재개' 의지를 밝힌 개성공단·금강산관광 문제와 관련해 제재 예외 적용 등의 문제도 거론될 가능성이 있다.

특히 '궁극적 목표는 미국민의 안전'이라는 폼페이오 장관의 최근 발언과 맞물려 이번 회담에서는 핵탄두나 핵물질보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폐기에 초점을 맞출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ICBM 폐기 또는 해외 반출과 제재완화를 서로 맞교환하는 조합인 셈이다.



이번 고위급 회담이 워싱턴DC에서 열릴 경우 김 부위원장이 백악관을 방문, 트럼프 대통령과 면담을 하고 친서 등의 형태로 김 위원장의 메시지를 전달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와 관련, CNN은 트럼프 대통령의 친서가 지난 주말 사이 인편으로 김 위원장에게 전달됐다고 보도, 이번에 김 부위원장 편에 다시 친서가 전해지면 그에 대한 추가 답신 성격이 된다.

김 부위원장은 지난해 1차 방미 당시 뉴욕에서 폼페이오 장관과 고위급 회담을 한 뒤 육로로 워싱턴DC로 이동, 트럼프 대통령과 만나 김 위원장의 친서를 전달한 바 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김 부위원장과 만난 직후 자신이 한번 취소 통보를 했던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개최를 확정 발표한 바 있다.

북미고위급 회담 개최가 임박한 상황에서 공교롭게 최 부상이 스웨덴행에 나서면서 북미고위급 회담과 실무협상의 '투트랙 가동' 가능성과 맞물려 관심을 끌고 있다. '스티븐 비건-최선희 라인'의 실무협상은 지난해 8월 비건 특별대표가 임명된 뒤로 지금까지 북미 교착의 여파로 제대로 가동되지 못했다.

스웨덴에서 북미 간 실무협상이 진행되지 못하더라도 북미 고위급 회담 이후 2차 북미 정상회담 준비사항을 세부조율하기 위한 '비건-최선희 라인'이 본격 가동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김정은 친서' 트럼프에 전달?…김영철, 17일 워싱턴행 / 연합뉴스 (Yonhapnews)

hanksong@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