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으로 만나는 18년 전 두만강변과 북녘 산하
엄상빈 사진집 '두만강변 사람들' 출간
(서울=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 분단 문제에 천착해온 사진작가 엄상빈의 사진집 '두만강변 사람들'이 9일 눈빛출판사를 통해 출간됐다.
작가는 2001년 4월 동춘호를 타고 중국 지린(吉林)성 연변조선족자치주를 처음 찾았다. 속초시와 중국 훈춘시 자매결연으로 훈춘에서 각종 문화교류 사업이 진행됐기 때문이다.
작가는 생김새는 물론 언어, 문화까지 같은 동포들과 가까워졌고, 이후에도 수차례 현지를 방문했다. 이번 사진집은 2001∼2004년 촬영한 사진들을 모아 엮은 것이다.
꼬치와 모자 등을 사고파는 시장 여성과 동네를 바쁘게 누비는 인력거, 칠판과 풍금이 있는 조선족 학교, 증명사진 촬영을 위해 줄을 선 노인 등 흑백으로 인화한 소소한 일상과 풍경이 정겹다.
오래전부터 속초 아바이마을, 동해안 철책, 비무장지대(DMZ) 등을 소재로 분단 사진 작업을 해온 작가에게 유독 눈에 들어왔던 대상이 두만강이었다.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까지 수많은 이들이 두만강을 넘어 훈춘을 비롯한 간도 일대로 향했다. 북중 국경을 따라 흐르는 두만강은 고향을 등질 수밖에 없었던 재중동포의 애환이 서린 강이면서, 우리에게 분단 현실을 일깨워주는 곳이기도 하다.
사진집에는 두만강 너머로 보이는 북녘 산하 사진이 수십 점 실렸다.
작가는 서문에서 "처음 두만강에 갔을 때 다 헐벗은 민둥산과 강가 마을의 인적을 보면서 분단의 한을 곱씹었다"라면서 "35㎜ 단렌즈로 유유히 흐르는 강과 북녘 산하를 그저 바라보기만 해도 좋았다"고 회고했다.
작가는 사진집 편집을 앞둔 지난해 9월 연변조선족자치주를 다시 방문했다. 유라시아 대륙철도 길목으로 주목받으면서 급변한 훈춘의 모습을 사진집 마지막 부분에서 만날 수 있다. 컬러로 인화한 탓도 있지만, 자본과 인력이 몰려든 2018년 훈춘 풍경은 무척 생경하게 느껴진다.
180쪽. 2만5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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