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천·을지로 일대 철거 중단…제조산업문화특구 전환해야"

입력 2019-01-08 15:46
"청계천·을지로 일대 철거 중단…제조산업문화특구 전환해야"

상인·예술가·연구자들 모인 '청계천을지로보존연대' 기자회견



(서울=연합뉴스) 성서호 기자 = '공구 거리'를 포함한 서울 청계천과 을지로 일대 재개발을 멈추고 이 지역을 제조산업문화특구로 지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서울 청계천과 을지로 일대에 자리 잡은 상인과 장인, 예술가들이 모여 조직한 청계천을지로보존연대는 8일 서울 청계천 관수교 사거리 인근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렇게 주장했다.

이들은 "서울시는 세운상가 재생 사업을 추진하는 한편 세운상가를 제외한 청계천-을지로 주변에 전면 재개발 사업인 '세운재정비촉진지구'를 인허가해 현재 일부가 전면 철거됐고, 또 한 곳에서는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5만 명 이상의 일자리가 있는 곳이고, 서울에서 가장 역사가 깊은 시장과 제조업체들이 있는 거리에 주상복합 아파트 건물을 허가하는 것은 반(反)역사적이자 비경제적, 반문화적인 행태"라며 "서울시는 도시재생이라는 이름으로 자행하는 재개발을 당장 중단하고 제대로 된 도시재생을 위해 이 일대를 제조산업문화특구로 지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경신정밀, 명진사, 한국볼트, 신우상회, 진성정밀 등 철거 때문에 자취를 감춰버린 업체들의 간판을 손팻말로 제작해 기자회견에 들고 나왔다.

이들은 "올해 용산 참사 10주기가 됐지만, 우리 사회는 재개발의 폭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앞으로 전면 철거의 재개발에서 도시재생으로의 전환을 청계천과 을지로에서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3대에 걸쳐 이곳에서 제조업을 이어오고 있다는 김학률 신아주물 대표는 "주변의 변화에 따른 정화를 서두르지 못하고 오랜 세월 낙후된 모습으로 방치한 것은 아닌가 생각도 해봤다"며 "저녁이면 휘황찬란한 간판 빛에 수많은 사람이 오가는 종로에 비하면 불이 꺼지고 인적이 드문 서울 중구의 이곳은 눈엣가시일 수도 있겠다 싶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 대표는 "길가에 떨어진 돌멩이 하나까지도 그들만의 역사와 자랑으로서 관광객을 불러모으는 이탈리아 로마처럼 우리 청계천도 자연스러운 삶의 모습으로 다시 태어나면 자랑거리가 될 거라 믿는다"며 "후대에 이 아름다운 청계천의 모습을 물려줄 수 있도록 정부에서 살펴달라"고 호소했다.

세운상가에 입주한 3D 프린터 제작업체 '아나츠'의 이동엽 대표는 "청계천 일대는 60년 경력의 장인들이 살아 숨 쉬는 곳으로, 우리 같은 스타트업 업체에는 천국 같은 곳"이라며 "이곳은 역사 문화적 가치도 있지만, 다품종 소량생산의 최첨단 미래 산업을 이끌 수 있다"고 강조했다.



so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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