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검진 문진표로 정신질환 조기발견?…"이제 국가가 나서야"

입력 2019-01-03 16:01
건강검진 문진표로 정신질환 조기발견?…"이제 국가가 나서야"

2017년 '5대 정신질환' 진료 166만5천여명…"조기발견 환경 전무"

"개인에게만 부담…환자 돌볼 인력·시스템 필요"



(서울=연합뉴스) 강애란 기자 = 정신질환과 관련된 안타까운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정신질환자가 휘두른 흉기에 찔려 임세원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가 숨진 지 채 며칠이 지나지 않아 3일에는 서울 목동의 한 아파트에서 딸의 정신질환으로 힘들었다는 유서를 남긴 어머니가 딸과 함께 숨진 채 발견됐다.

의료계에서는 정신질환자를 방치하고 있는 치료환경이 이런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무엇보다 정신질환은 해마다 무서운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광수 의원(민주평화당)에게 제출한 '5대 정신질환(우울증, 조울증, 조현병, 공황장애, 불안장애) 환자 현황'을 보면 2017년 환자 수는 166만5천406명에 달한다.

자료에 따르면 5대 정신질환자 수는 2013년 139만4천669명에서 2014년 140만7천372명, 2015년 146만1천251명, 2016년 156만9천399명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질환별로는 공황장애 환자가 2013년 9만3천98명에서 2017년 14만4천943명으로 55.7% 증가했다.

같은 기간 조울증 환자가 7만1천627명에서 8만6천362명으로 20.6%, 불안장애 환자가 52만5천516명에서 63만3천862명으로 20.6% 각각 늘었다.

우울증은 2013년 59만1천148명에서 2017년 68만169명으로 15.1%, 조현병은 11만3천280명에서 12만70명으로 6%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국가 차원에서 정신질환자들이 입원이든, 외래든 치료받을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권준수 신경정신건강의학회 이사장은 "유럽 등 외국에서는 정신과 진료의 90%를 공공의료가 커버하지만 우리나라는 국가가 차지하는 비중이 3%에 불과하다"며 "정신질환은 장기적인 치료를 요구하는데 개인에게만 모든 부담을 지우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가 차원에서 정신질환자들의 치료를 옆에서 돌볼 수 있는 인력과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며 "외래치료명령제 역시 제도만 있을 뿐 이를 누가 어떻게 실행할지에 대한 방안이 없어 사문화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또 정신질환 역시 다른 질병과 마찬가지로 조기에 발견해 치료 효과를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권 이 사장은 "우리나라는 정신질환을 조기 발견할 수 있는 환경이 전무하다"며 "기껏해야 정기 건강검진에서 문진표를 작성하는 것뿐"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호주에서는 지역사회에서 정신질환 관련 상담을 받을 수 있는 센터가 마련돼 있다"며 "백화점 문화센터처럼 사람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장소에서 젊은 사람들이 상담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신과 진료를 받으면 보험 가입이나 취업이 힘든 사회적 시스템도 문제"라며 "다른 질환과 마찬가지로 치료에 거부감을 갖지 않도록 하는 사회 분위기와 이를 위한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aera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