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에 노로바이러스 감염 첫 확인…항체 양성률 16%"

입력 2019-01-02 06:13
"개에 노로바이러스 감염 첫 확인…항체 양성률 16%"

생명공학연구원, 개 427마리 혈청 검사결과…"사람에 전파는 불확실'

"평소 손 씻기 등 개인위생관리 필요"

(서울=연합뉴스) 김길원 기자 = 사람에게 감염돼 설사, 복통 등의 식중독 증상을 유발하는 노로바이러스가 반려동물인 개에서도 검출됐다는 보고가 국내 처음으로 나왔다.

이는 요즘 같은 겨울철에 유행하는 노로바이러스가 사람과 동물 사이에 교차 감염될 수 있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2일 한국생명공학연구원 감염병연구센터 연구팀(정대균·유광수)이 국제학술지 'BMC 수의학연구'(BMC Veterinary Research) 최신호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국내 동물병원 및 동물보호소 등에서 수집한 개의 혈청 427개를 대상으로 유전자 분석을 한 결과, 15.9%(68개)에서 노로바이러스 항체 양성반응이 나타났다.

또 같은 방식으로 수집한 개의 대변 샘플 459개 중에는 3.1%(14개)에서 노로바이러스가 검출됐다.



국내에서 개의 분변과 혈청에서 노로바이러스가 검출된 건 이번이 처음이라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외국의 경우 2007년 이탈리아에서 첫 보고가 나온 이후 포르투갈, 아시아 등지에서도 이런 사실이 확인된 바 있다. 이후 유럽 14개국에서 수집한 개의 혈청 분석에서는 노로바이러스 항체 양성률이 39%에 달한다는 결과도 제시됐다.

다만, 노로바이러스에 감염된 개가 사람에게도 바이러스를 옮기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확인된 바가 없다.

전문가들은 노로바이러스 자체가 사람과 동물에 모두 감염될 수 있는 인수 공통 감염병이고, 대표적 반려동물인 개가 사람과 밀접하게 접촉하는 만큼 교차 감염 가능성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포르투갈 연구팀이 2013년 국제학술지(Virology Journal)에 발표한 논문을 보면 평소 개를 자주 접하는 수의사 373명을 대상으로 혈청검사를 한 결과, 노로바이러스 양성률이 22.3%로 일반인 120명의 5.8%에 견줘 3.8배나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만약 노로바이러스가 개에 감염됐다면 그 메커니즘은 사람과 같을 것"이라며 "이번 연구논문이 나온 만큼 향후 반려동물을 통한 (노로바이러스) 전파 가능성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고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노로바이러스는 바이러스에 오염된 물이나 음식 또는 환자 간 접촉을 통해 감염된다. 특히 감염된 환자의 대변 및 구토물을 통한 바이러스 배출이 주요 전파 경로다.

보통은 노로바이러스 감염 후 설사, 구토 등의 증상이 나타나도 이틀 내로 회복된다. 하지만 면역력이 약한 영유아나 고령자는 증상이 심해 또 다른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따라서 평소 손 씻기 등의 개인위생관리를 철저히 해 감염을 막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고대안암병원 감염내과 김선빈 교수는 "외국에서는 개와 주인이 동시에 노로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으로 보고된 사례도 있지만, 아직 그 감염경로는 명확하지 않다"면서 "개를 통한 노로바이러스 감염을 걱정하기보다는 반려견과 주인 모두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도록 평상시 개인위생 수칙을 실천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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