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시위' 연장근로확대 후폭풍…헝가리총리 "야당이 거짓말"

입력 2018-12-25 00:24
'연일 시위' 연장근로확대 후폭풍…헝가리총리 "야당이 거짓말"

오르반 총리, 집권 후 최대 위기에 야당 비판하며 국민 설득 나서

(제네바=연합뉴스) 이광철 특파원 = 연장근로 시간을 확대한 노동법 때문에 집권 후 가장 큰 여론의 반발에 직면한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가 언론 인터뷰에서 직접 입장을 밝히며 사태수습에 나섰다.

오르반 총리는 24일(현지시간) 일간지 마쟈르 이독 인터뷰에서 "노동법 개정을 반대하는 사람들은 노동자들에게 불이익이 되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며 "이번 조치는 노동자들에게 이익이 된다"고 주장했다.



총리는 또 "더 많은 소득을 올리고 싶은 사람들은 이제 그럴 기회를 얻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공영 라디오 인터뷰에서는 "신경질적인 반응"이라면서 여당과 노동계의 시위를 평가절하했다.

헝가리는 최근 연장근로 허용 시간을 연 250시간에서 400시간으로 확대하고 연장근로 수당 지급을 최대 3년간 유예할 수 있도록 노동법을 개정했다.

야당이 호루라기를 불며 반발했지만 여당 피데스가 3분의 2 의석을 차지한 의회는 이달 12일 법안을 처리했다. 야노시 아데르 대통령은 이달 20일 여론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개정법안에 서명했다.

대통령이 서명한 개정 노동법은 내달 1일부터 시행된다.

헝가리에서는 의회가 개정법안을 처리한 뒤 거의 매일 저녁 의사당과 국영 방송사 주변에서 법안에 반대하는 집회가 열렸다.

노동계와 야당은 개정법을 '노예법'이라고 비판하면서 유럽연합(EU) 최저 수준인 임금을 올리는 게 우선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여론조사에서는 80%가 노동법 개정에 반대했다.



헝가리의 실업률은 4.2%로 EU 국가 중 가장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청년들은 임금이 높은 일자리를 찾아 다른 EU 국가로 빠져나가고 있고, 엄격한 이민정책 때문에 외국 노동력 공급도 제한적이다.

올 4월 총선에서 승리하면서 3연임에 성공한 오르반 총리가 집권 후 최대 위기를 맞게 되자 외신들은 그가 여론을 의식하지 않고 지나치게 자신감을 가졌던 것 아니냐는 비판을 제기하기도 했다.

오르반 총리는 "야당들은 국민에게 거짓말을 하고 있다"며 "우리는 헝가리를 한차례 망가뜨렸던 야당에 맞서서 일터와 가정, 가족을 지키고 있다"고 말했다.

헝가리 야당과 노동계는 성탄절, 신년 연휴 기간에 잠시 시위를 중단했다가 내년 초부터 다시 반정부 집회, 시위를 재개할 예정이다.

minor@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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