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 사회 언어 교육, 시혜적 관점에서 벗어나야"
아시아발전재단·방송통신대학교 통합인문학연구소 공동토론회
(서울=연합뉴스) 오수진 기자 = "김해의 한 초등학교에서는 아이들이 교과서에 나온 시를 김해의 말로 다시 풀어쓰는 작업을 합니다. 그 학교에 있는 시리아 난민은 자신의 모국어로 시를 써 다른 학생에게 소개하고요"
한국의 다문화 언어 정책은 시혜적 관점에서 벗어나 우리 안의 다양성을먼저 인정하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한건수 강원대학교 문화인류학과 교수는 아시아발전재단과 방송통신대학교 통합인문학연구소 공동주최로 19일 종로구 방통대에서 진행된 '다문화 사회 한국과 언어 정책' 토론회에서 "언어 다양성의 주체는 이주민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가 되어야 한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한 교수는 "문화 다양성 교육의 출발점은 그들(이주민)이 수혜자, 소수자가 아니라 우리 모두가 주체고 수혜자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에서 출발해야 한다"며 "'우리는 단일 민족, 단일 문화'라는 문화 동질성을 깨고 우리 안의 다양성을 먼저 인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한 교수는 언어 다양성 보호를 위해 힘쓰고 있는 영국 맨체스터 사례를 소개했다.
산업혁명의 발상지에서 문학의 도시가 된 맨체스터는 현재 91개 민족 출신이 거주하고 있으며 200개 이상의 언어가 사용되는 도시다.
현재 국제 모국어의 날(International Mother Language Day) 행사를 통해 언어 다양성 확대를 추구하고 있다.
맨체스터는 어린이들이 부모의 모국어로 시와 산문을 쓸 수 있도록 장려하고 있으며 맨체스터 내 주요 극단은 수화를 포함한 다양한 언어로 공연을 진행하기도 한다.
아울러 언어 다양성 의미와 소멸 위기에 처한 언어의 중요성을 알리는 전시회도 개최한다.
한 교수는 이미 한국 사회에서 세대, 젠더, 지역 간 말하기가 모두 다르다며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은 국내 다문화 언어 정책이 답보 상태에 빠졌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중 언어 인재를 키워야 한다는 생각에는 모두 동의하고 있다"면서도 "아직 언어의 위계성, 인종적 위계성 등 문명에 기반을 둔 인종주의로 우리 사회 다문화 언어 정책은 한계에 부딪혔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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