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이 싸움은 우리의 싸움이다
실력의 배신·머리를 비우는 뇌과학
(서울=연합뉴스) 임형두 기자 = ▲ 이 싸움은 우리의 싸움이다 = 엘리자베스 워런 지음.
저자는 '책임 있는 자본주의'를 주창하는 미국 상원의원으로, 몰락한 중산층을 대표하는 세 인물을 인터뷰해 책으로 엮었다. 2008년 금융위기 전까지만 해도 중산층이었으나 지금은 가난의 늪에 빠져버린 부부와 역시 금융위기를 고비로 삶이 피폐해진 흑인, 대학의 절벽 앞에서 넘어져 모욕감과 좌절감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흙수저 출신이 그들이다.
2008년부터 심화한 경제위기와 불평등 문제, 중산층 몰락, 세대간 소득 격차는 전 세계가 공통으로 겪는 현상. 파산법 전문가인 저자는 그동안 수행한 중산층 연구, 정치가로서의 신념과 행보, 개인적인 생애 이야기를 담아 자본주의의 황금시대로 돌아가자고 주장한다.
이 황금시대란 레이건 정부 이전의 시기를 말한다. 이를 기점으로 부자와 권력자는 번성한 반면에 나머지 사람들은 점점 뒤처지며 하층민으로 전락했다. 지난 38년 동안 미국사회와 세계경제를 지배한 '낙수경제'라는 거짓말에 대해서도 데이터를 통해 꼼꼼히 밝혀나간다.
글항아리 펴냄. 508쪽. 1만9천원.
▲ 실력의 배신 = 박남기 지음.
본디 실력(능력)주의는 부모의 재산이나 능력이 아닌 개인의 부단한 노력과 역량으로 이뤄낸 성과에 따라 사회적 재화가 배분됨을 의미했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서는 부의 양극화가 나날이 심해졌고, 공정성과 정의에 대한 개념도 뿌리째 흔들린다.
이 책은 우리 사회와 교육 문제의 뿌리가 '무한경쟁 승자독식'의 실력주의에 긴밀히 닿아 있음을 보여준다. 통상적 믿음과는 정반대로 학벌을 타파하고 실력주의가 구현되는 게 아니라 오히려 실력주의가 학벌사회를 만든 원인임을 들춰낸다.
저자가 그 대안으로 제시한 게 신실력주의 사회다. 실력과 직업 배분 사이의 연결 고리는 유지하되, 직업과 보상 사이의 연결 고리를 느슨하게 한다. 근로의욕 고취형 복지사회, 행복추구권이 실질적으로 보장되는 사회가 바로 신실력주의 사회라는 것이다. 교육개혁을 통해 신실력주의를 구현하려면 우선 자유와 평등 이념을 절반씩 고려할 게 아니라 평등 이념을 더욱 강조하는 지점으로 내용과 제도가 이동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쌤앤파커스 펴냄. 436쪽. 2만원.
▲ 머리를 비우는 뇌과학 = 닐스 비르바우머·외르크 치틀라우 지음.
뇌의 능력은 무궁무진하다는 게 일반적이다. 머리를 굴릴수록 잠재된 플러스 알파까지 끄집어낼 수 있다거나, 알고 보면 뇌가 엄청나게 유연하고 가소성 있는 기관이라는 것이다. 회복 탄력성이라는 복원력 또한 빼놓을 수 없다.
하지만 독일의 대표적 뇌과학자인 저자는 전혀 다른 관점으로 인간 두뇌를 말한다. '텅 빈 뇌의 상태'라는 말은 단순히 복잡한 머리를 잠시 식히는 휴식의 개념이 아니라 한동안 사고와 감각이 멈춰서는 '무(無)'의 상태를 뜻한다는 견해다.
저자는 '텅 빈 상태'를 만들기 위한 메커니즘에 대해 명상과 몰입, 자극 등으로 설명한다. 생각에 집착하지 말고 때로는 마음을 비우고 머리도 비우며 현실적 고통에서 떠나보는 연습을 하자는 것이다. 이런 무아지경에 이르면 텅 빈 상태의 완전무결한 마무리인 죽음마저 두려워할 필요가 없어진다고 덧붙인다.
메디치 펴냄. 320쪽. 1만7천원.
id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