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수 대법원장 "사법농단 사건 수사협조는 불가피한 선택"

입력 2018-12-07 10:16
수정 2018-12-07 10:37
김명수 대법원장 "사법농단 사건 수사협조는 불가피한 선택"

전국법원장회의서 입장 밝혀…"신뢰받는 사법부 되기 위한 성장통"

박병대·고영한 구속영장 기각도 거론될 듯…법원 '안도·후폭풍 우려' 분위기



(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 김명수 대법원장은 법원이 검찰의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 수사에 협조한 것은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대법원장은 7일 오전 10시 대법원 청사 4층 대회의실에서 열린 전국법원장회의에 참석해 "사법부 자체조사와 검찰 수사를 통해 밝혀진 사실로 인해 많은 분들이 사법부의 신뢰 하락을 걱정한다"고 말했다.

이어 "추가조사와 특별조사, 수사협조의 뜻을 밝힐 때마다 많은 분들의 의견을 경청해 신중히 결정했고, 지금도 그 결정은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김명수 대법원장 "사법농단 사건 수사협조는 불가피한 선택" / 연합뉴스 (Yonhapnews)

지난해 9월 대법원장 취임 후 이른바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을 포함한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태에 대한 법원의 두 차례 자체조사와 검찰 수사 협조는 법원 내부의 의견 수렴을 거쳤고, 그렇게 정해질 수밖에 없었다는 취지다.

김 대법원장의 이날 발언은 검찰 수사가 두 명의 전직 대법관을 거쳐 양승태 전 대법원장으로까지 확대되는 국면에서 일부 판사들이 자신에 대한 책임론을 거론하자 진화에 나선 것이라는 해석도 낳고 있다.



김 대법원장은 이번 사태로 인해 사법부 신뢰가 추락한 것에 대해서는 안타까움을 표했다. 그는 "오늘도 각급 법원 청사 앞에는 재판의 절차나 결과에 승복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하소연이 이어지고 있다"며 "우리의 헌신적인 노력이 제대로 평가를 받지 못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자괴감이 들기도 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사법부가 겪고 있는 지금의 아픔은 투명하고 공정한 사법부, 좋은 재판이 중심이 되는 신뢰받는 사법부로 나아가기 위해 반드시 겪어야 하는 성장통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사법행정제도를 개선하는 작업에 일선 법원이 적극적으로 참여해 달라는 요청도 했다. 김 대법원장은 "지난 70년간 유지해온 사법행정제도의 근간을 바꾸는 절차가 진행되는 중요한 시기"라며 "각급 법원의 의견 수렴 결과를 바탕으로, 향후 사법부의 근본적인 변화에 관해 적극적이고 열린 자세로 토론에 임해 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그동안의 사법개혁 성과에 대해서는 "각급 법원에서 법원행정처에 상향식으로 보고하는 업무 형태가 아니라 법원 가족들이 활발하게 토론에 참여하고 의견을 개진하는 문화가 정착되어 가는 등 작지만 다양한 변화를 만들었다"고 자평했다.



이날 전국법원장회의에서는 사법행정회의 신설 등 사법행정제도 개선 방안을 둘러싼 법원장들의 토론이 진행된다. 사법행정회의의 권한과 구성을 두고 다양한 의견이 개진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별도로 사법부 현안에 대해서도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날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에 대해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이 기각된 사실도 회의 중에 거론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법원장들 사이에서는 영장기각 이후 불거질 수 있는 후폭풍을 걱정하는 기류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법원 내부에서도 헌정 사상 처음으로 청구된 전직 대법관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된 데 대해 일단 다행이라는 반응이 나오면서도 부정적인 여론을 우려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법원 일각에서는 구속기소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장에게 모든 잘못을 전가하는 '꼬리 자르기' 차원에서 전직 대법관의 구속영장을 기각한 게 아니냐는 일부 비판적 여론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hy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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