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앞둔 인도서 '방산 비리' 이슈 부각

입력 2018-12-05 13:58
총선 앞둔 인도서 '방산 비리' 이슈 부각

전 정권 비리 의혹 재조명…현 총리도 '佛 전투기 계약 의혹' 시달려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내년 총선을 앞둔 인도에서 방산 비리 문제가 다시 정치 쟁점화되기 시작했다.

타임스오브인디아 등 현지 언론은 5일 인도 중앙수사국(CBI)을 인용, 7천억 원대 헬기 도입 비리에 관련한 혐의를 받아온 영국인 핵심 중개상 크리스천 제임스 미셸의 신병이 전날 밤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인도 수도 뉴델리로 인도됐다고 보도했다.

미셸은 만모한 싱 전 총리 시절(2004∼2014년) 불거진 헬기 도입 관련 비리에 연루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인도는 2010년 귀빈용 호화 헬기 12대를 6억7천만 달러(약 7천500억원, AP통신 추정치)에 구매하기로 하고 영국과 이탈리아 합작업체 아구스타웨스트랜드와 계약했다.

하지만 이후 아구스타웨스트랜드가 계약을 따내려고 뇌물을 뿌렸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아구스타웨스트랜드 모회사인 핀메카니카의 주세페 오르시 회장 겸 최고경영자가 관련 혐의로 경찰에 체포됐다.

샤신드라 팔 티아기 전 인도 공군참모총장도 청탁을 받고 입찰 조건을 변경해준 혐의를 받고 2016년 구속됐다가 올해 보석 허가로 석방됐다.

인도는 계약 조건에 따라 총리와 대통령 전용기로 아구스타웨스트랜드 헬기 3대를 인수했다. 그러나 비리 의혹이 불거지면서 나머지 9대에 대한 인수작업을 미뤘다.

미셸은 아구스타웨스트랜드와 인도군 간부·정치인 사이의 비리 연결 고리였다고 의심받는 인물이다.

인도 수사 당국은 당시 헬기 도입사업비 가운데 13%가 인도 고위 관계자에게 흘러 들어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미셸은 이 과정에서 3천500만 달러(약 390억원)를 챙겼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그는 이런 혐의로 인터폴의 추적을 받았고 지난해 UAE에서 체포돼 수감돼 있었다.

이와 관련해 현재 UAE를 방문하고 있는 수슈마 스와라지 인도 외교부 장관이 UAE 당국에 미셸의 인도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 최대 방산물자 수입국 중 하나인 인도에서는 방산 비리가 선거판을 뒤흔드는 핵심 의제 중 하나다.

라지브 간디 전 총리는 스웨덴제 155㎜ 곡사포 도입과 관련한 '보포스 스캔들'로 타격을 입은 끝에 1989년 총선에서 참패했다. 이후 관련 의혹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법정에서 판결이 났다.

간디 전 총리는 내년 총선에서 정권 탈환을 노리는 인도국민회의(INC) 라훌 간디 총재의 아버지이자 네루 초대 총리의 손자다.

최근에는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프랑스 전투기 계약 개입 의혹'에 시달리고 있다.

인도가 2016년 프랑스에서 라팔 전투기 36대를 도입할 때 모디 총리가 직접 개입해 인도 최대 기업인 릴라이언스 그룹에 특혜를 줬다는 의혹이다.

모디 총리 등 현 정부 관계자들은 이와 관련한 의혹을 강력하게 부인하고 있지만 라훌 간디 총재 등 야당은 이와 관련해 끊임없이 공세를 펴고 있다.

이 와중에 INC가 집권하던 시절 방산비리 의혹이 총선을 불과 몇개월 앞둔 시점에서 공교롭게 재조명되고 있는 것이다.

coo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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