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감반 교체' 촉발한 경찰 수사서 국토부 공무원 등 대거 적발(종합)
경찰, 30명 입건…전직 지방국토관리청 국장 등 2명 구속
'비위 의혹' 특감반 직원이 수사 경과 물어…입건된 업자와 알던 사이
(서울=연합뉴스) 임기창 기자 = 대형 건설사의 공사 하청업체 선정에 관여해 압력을 행사하고 업체로부터 금품을 받은 전·현직 공무원과 언론사 관계자 등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건설업계 비리 수사결과 30명을 입건하고, 이 가운데 전직 지방국토관리청 국장급 류 모(60) 씨와 건설 관련 언론사 발행인 허 모(55) 씨를 구속했다고 4일 밝혔다.
류씨는 2012년 9월 모 지방국토관리청에 근무하면서 평소 알고 지내던 교량 점검시설 설치공사 전문업체 대표 박 모(58) 씨의 공사 수주를 돕는 대가로 박씨로부터 고급 차량과 향응 등 5천만원을 수수한 혐의(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뇌물수수)를 받는다.
그는 박씨에게 국토부 발주 공사와 관련한 내부 정보를 알려주고 담당 공무원을 소개하는가 하면, 박씨 회사가 하청업체로 선정되도록 원청업체 관계자들을 압박한 것으로 조사됐다. 박씨가 운영한 회사는 국토부가 발주한 공사 40건을 수주했다.
함께 입건된 국토부 서기관 김 모(51) 씨는 2016년 6월 자신이 관리감독하는 6천억원 규모 민자도로 공사와 관련, 방음터널 전문 공사업체 대표 최 모(58) 씨가 하청업체로 선정되도록 대기업 시공사 관계자에 압력을 넣고 그 대가로 1천100만원을 수수한 혐의(뇌물수수·직권남용)를 받는다.
김씨는 방음터널 공사가 지연된다는 이유로 시공사 관계자를 질책하면서 최씨의 업체를 거론하며 공사를 맡기라고 압박한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청와대 민정수석실 산하 반부패비서관실에 근무하던 검찰 수사관이 특수수사과를 찾아와 이번 사건 수사상황을 물은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일었다. 방음터널 공사업체 대표 최씨는 이 수사관과 알던 사이였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 일을 시작으로 부적절한 골프 등 일부 특감반원의 비위 의혹이 잇따라 제기된 끝에 청와대는 반부패비서관실 산하 특감반원을 모두 원 소속기관으로 돌려보냈다.
언론사 관계자가 업체와 유착해 공무원들에게 압력을 넣은 사실도 확인됐다.
건설 분야 신문 발행인 허씨는 2006년부터 국토부를 출입하면서 알게 된 국토부 간부들과 친분을 이용해 2012년 1월부터 올 10월까지 중소규모 건설업체들로부터 국토부 공무원들과 만남을 알선하는 명목으로 4억3천만원을 수수한 혐의(알선수재·공갈)를 받았다.
그는 교량시설 공사업체 대표 박 모 씨에게 아파트 구입비용 1억원을 요구하고, 거절하면 업체 비난보도를 싣고 국토부 관계자들에게도 나쁜 소문을 내겠다고 협박해 1억원을 뜯기도 했다.
허씨는 실제로 국토부 공무원들에게 특정 업체 공사 수주를 청탁하거나, 공사 담당 공무원들을 건설업자들에게 소개해 접대받도록 한 것으로 조사됐다.
대형 건설업체 관계자들이 하청업체를 상대로 저지른 '갑질'도 드러났다.
대기업 건설사 현장소장 윤 모(47) 씨 등 8명은 하청업체 선정, 공사 편의 제공 등과 관련해 업체들로부터 청탁을 받고 300만∼9천만원을 수수한 혐의(배임수재)를 받는다.
하청업체를 선정하는 공개 경쟁입찰 과정에서 입찰가를 담합해 특정 업체를 밀어주고 선정 업체로부터 금품을 받은 중소 건설사 관계자 18명도 함께 입건됐다.
경찰은 언론사 발행인 허씨를 통해 직무 관련자인 건설업자들로부터 접대를 받은 국토부 국장급 등 공무원 14명은 부정청탁 및 금품수수 금지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판단했으나 과태료 처분 대상이어서 형사입건하지 않고 소속 기관에 비위사실을 통보했다.
경찰 관계자는 "하청업체 관계자들은 수사에서 드러난 사실들이 건설업계에 만연한 관행이어서 '을' 위치에 있는 하청업체가 원청이나 공무원들의 요구를 거절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호소한다"며 "앞으로도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공무원과 원청의 갑질을 계속 단속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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