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행정회의 설치 놓고 격론…"권한남용 또 생길 것"vs"기우"
사법제도개선 토론회서 이견 맞서…민주적 정당성 놓고도 견해 대립
(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 법관 보직을 정하는 인사업무를 비롯해 사법행정 사무를 총괄하던 대법원장의 권한을 사법행정회의로 이양하는 방안을 두고 현직 판사와 변호사들이 찬·반 의견으로 격돌했다.
3일 대법원에서 개최한 '사법행정제도 개선에 관한 법원 토론회'에 참석한 토론자들은 이 같은 사법행정회의 설치 방안을 두고 첨예한 견해차를 드러냈다.
이번 토론회는 대법원장이 법원행정처 등을 통해 행사하던 의사결정 및 집행 권한을 모두 사법행정회의에 넘기는 것을 골자로 한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대법원 사법제도개혁 후속추진단에서 마련한 것을 두고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마련됐다.
우선 이 방안에 대해 "권한남용이 우려된다"는 지적이 나왔다.
김민기 부산고법 판사는 "현재 대법원장에게 독점돼 있는 사법행정 사무에 관한 의사결정 및 집행 권한을 사법행정회의에 그대로 이관하는 것은 '또 다른 법원행정처'로서 사법행정권을 남용할 위험이 여전히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반면 유지원 변호사는 "다양한 구성원이 참여하는 회의체가 대법원장 1인이 사법행정권을 독점하던 때와 같은 권한 남용을 하기는 어렵다"고 반박했다.
사법행정회의는 대법관회의와 전국법관대표회의 및 법관독립위원회 등의 견제와 감시를 받게 되므로 권한 남용은 기우일 가능성이 높다고 유 변호사는 부연했다.
대법원장의 권한을 대행할 사법행정회의가 오히려 민주적 정당성이 부족하다는 의견을 두고도 찬반이 맞섰다.
김 판사는 "헌법 체계상 사법부에서는 국회의 동의와 대통령의 임명절차를 거친 대법원장과 대법관만이 민주적 정당성을 가지고 있다"면서 "민주적 정당성이 결여된 사법행정회의가 대법원장을 갈음해 사법행정사무에 관해 최고 권한과 책임을 가지는 것이 헌법에 부합하는지 검토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유 변호사는 "대법원장이 재판권을 침해하는 문제가 발생해 이를 해결하고 방지할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므로 민주적 정당성은 양보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라며 "사법행정회의의 위원을 다양한 구성원으로 임명해 민주적 정당성을 보완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사법행정회의의 인적구성을 두고서도 참석자들의 의견이 엇갈렸다.
김 판사는 "법원조직법에 사법행정회의의 역할과 위상이 의사결정기구라는 점을 명확히 해야 한다"며 "사법행정회의 구성도 법관이 아닌 위원은 최소화하고 법관 위원도 민주적 정당성을 강화해 구성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밝혔다.
반면 전영식 변호사는 "사법행정회의에 참여하는 비법관 위원의 수는 법관들의 수와 동일한 것이 제도를 정착시키기에 좋다"며 "사법부 독립은 법관들만이 지킬 수 있다는 생각은 독단"이라고 말했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이날 논의된 내용을 바탕으로 전체 판사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여 의견수렴에 나설 방침이다. 의견수렴이 마무리되는 대로 사법행정회의 신설을 포함한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마련해 국회에 전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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