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와 아들' 부시, 같은 보수주의자이지만 정책은 달라

입력 2018-12-03 16:05
'아버지와 아들' 부시, 같은 보수주의자이지만 정책은 달라

조세 정책에서 확연한 차이, "체니는 아버지 친구"

(서울=연합뉴스) 유영준 기자 = 지난달 30일 작고한 조지 H.W. 부시 전 미 대통령은 아들인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과 '부시' 가문과 공화당이라는 점 외에 비록 시기적으로는 다르지만, 보수주의자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아버지' 부시는 공화당이지만 항상 상대의 의견을 경청하는 온건 노선을 걸었으며 이민 문제 등에서 자신이 비록 보수주의자이지만 '맹목적' 보수주의자는 아니라고 강조해왔다.



또 아버지 부시 시대에는 역시 이라크의 인접 쿠웨이트 침공과 같은 사건이 발생했지만 이전 동서 냉전 시대와 비교해서는 훨씬 제한적 위협이었고 세계가 그만큼 파멸의 위기에서 멀어지고 있는 시기였다.

또 '아들' 부시 시대에 발생한 9/11 테러와 같은 경천동지할 대사건도 없었다.

AP 통신은 3일 같은 '보수주의'당 출신이었지만 부자간에 정책은 차이가 있었다면서 정책을 비교하는 한편 부자 관계 등 부시 가족의 생전 에피소드를 전했다.

▲ 내정(內政)

아버지 부시 전 대통령은 공화당 답지 않은 노선으로 그 정치적 대가를 치르기도 했다. 그는 평소 "내 입술을 보라"며 지지층에 증세(增稅)는 없을 것이라고 다짐했다가 나중 민주당과 '공모'해 전격 세금을 인상했다.

대사와 부통령, 그리고 공화당 핵심 지도층 출신인 아버지 부시는 경력 면에서 주요 정책에서 확고한 보수주의자 스타일이었으나 세금 문제는 예외였다. 민주당과 예상 밖 타협은 분명 보수 이데올로기를 무엇보다 우선시하는 오늘날 공화당 노선과는 확연히 다른 것이다.

부시 전 대통령은 또 민권과 민간 및 공공 작업장에 대한 정부의 권한을 확대하는 장애인법에 서명했다. 재계의 강력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민주당 진보계와 공화당 중도파들의 편을 드는 조치였다. 그리고 "수치스러운 특권의 장벽이 무너질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에 비해 아들 부시는 좀 더 우향(右向)이었다. 물론 공화당이 후일 티파티의 등장과 함께 공화당의 주류가 좀 더 우로 선회한 데 비하면 상대적으로 중도적인 측면도 있지만 아버지 때에 비하면 좀 더 오른쪽이었고 자신만의 보수 노선을 추구했다.

아들 시대는 전폭적인 감세의 시기였다. 교육개선과 노령보험(메디케어) 처방 약 목록 확대 등 주요 개선책이 시행됐지만 그의 재임 시대를 넘어 가장 깊고도 광범위한 영향을 남긴 핵심 정책 어젠다와 국정 방향은 감세였다.

▲ 전쟁

아들 부시 시대는 사실상 9/11 테러가 모든 걸 덮어버렸기 때문에 만약 9/11이 없었다면 그의 대통령직 수행이 어떤 평가를 받았을지는 미지수이다.

아버지 부시는 워싱턴 싱크탱크들의 조언과 자신의 신시대 사고를 바탕으로 걸프전을 국제적 지원으로 치렀다. 그러나 이라크 침략군을 쿠웨이트에서 몰아낸 후에는 사담 후세인을 끝까지 추적하지 않고 권좌는 계속 유지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매파들의 예상을 뒤엎는 처사였다.

아들 부시는 달랐다. 이번에는 곧장 바그다드까지 밀고 들어갔다.

아버지의 걸프전은 6주간 지속했지만 사전에 4개월간의 외교 및 준비작업이 필요했다. 아들의 아프가니스탄 및 이라크전은 자신의 임기를 넘어 다음 버락 오바마 민주당 행정부로 관리가 넘어갔다. 도널드 트럼프 현 행정부는 아직 양국에 수천 명의 병력을 파견하고 있다.

▲가족

아들 부시는 지난 2014년 펴낸 "41대 대통령, 나의 아버지의 초상"이라는 책에서 자신의 대통령 임기 중 정책에 대해서는 부친과 별로 얘기를 나누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또 농담삼아 자신이 부친으로부터 친구 절반을 물려받았지만 적(敵)은 100% 물려받았다고 비유했다. 아들 부시에게 가장 영향력 있는 '친구'는 부친 행정부에서 국방장관을 지낸 딕 체니로 아들 부시 행정부에서 부통령을 지내면서 보수우파 행정부의 조타수 노릇을 했다.

아들 부시가 대선에서 체니를 러닝메이트로 선택한 것, 그리고 콜린 파월을 국무장관으로 임명한 것은 부친과 협의한 결과이지만 통상 업무적인 얘기는 별로 깊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대신 아버지 부시는 이메일을 사용하지 않은 아들에게 전할 말이 있으면 백악관 보좌관들에게 '조크'를 날려 아들에게 전달토록 했다고 한다.

2004년 수십만명이 사망한 인도양 쓰나미가 발생했을 당시 아들 부시 대통령은 부친과 부친의 정적이었던 빌 클린턴 전 대통령에게 민간구호기금 모금 활동을 이끌어 달라고 요청했으며 이를 계기로 두 사람은 정적에서 친구로 탈바꿈했다. 그리고 이 친소관계는 이후 허리케인 카트리나 구호 활동으로 이어졌다.

지난 2012년 건강악화로 입원한 아버지 부시 전 대통령은 임신한 손녀 제나가 자신의 머리를 어루만지자 손녀의 부른 배를 쓰다듬으며 "죽음이 있으면 탄생도 있다"고 말했다. 아들 부시 전 대통령은 당시 모든 가족이 흐느끼면서 병실을 나왔다고 전했다.

yj378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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