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10년만에 北으로 달린 南열차…연내 착공식도 기대

입력 2018-11-30 17:07
[연합시론] 10년만에 北으로 달린 南열차…연내 착공식도 기대

(서울=연합뉴스) '서울↔신의주'를 아로새긴 남측 열차가 30일 북녘땅을 향해 기적을 울리며 군사분계선(MDL) 인근 도라산역을 출발했다. 오는 12월 17일까지 진행되는 북측 철도 구간 남북 공동조사를 위한 열차가 이날 오전 북으로 향했다. 남측 도라산역과 북측 판문역을 주 5회 오가던 화물열차 운행이 중단된 2008년 11월 28일 이후 10년 만이다. 이번 철도공동조사가 남북의 철길을 하나로 이어 남북 평화 협력은 물론 경제 번영의 혈맥을 뚫는 첫걸음이 되기를 바란다.

이번 조사는 개성에서 신의주까지 이어지는 경의선 400km 구간, 금강산에서 두만강까지 이어지는 동해선 800km 구간에서 이뤄진다. 북측 철도의 노후화, 문제점을 살펴볼 예정이다. 현재 북한의 철도는 노반과 레일 등 기반시설이 노후화했고 유지·보수 등 관리가 잘 돼 있지 않아 시속 40㎞ 안팎의 저속 운행만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1990년대 이후부터는 경제난 등으로 철로 신설도 거의 중단했다. 향후 북측 철도의 개보수 등을 논의하고 남북철도 연결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공동조사이다.

남북의 철길을 잇는 것은 분단된 남과 북을 연결하는 의미 그 이상이다. 허리 잘린 한반도의 남단에 섬처럼 갇힌 우리의 시야를 유라시아 대륙으로 향하도록 하는 창이 될 것이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이날 북으로 향하는 열차 환송식에서 1936년 손기정 선수가 서울역에서 열차를 타고 대륙을 건너 베를린 올림픽에 참가했다는 일화를 소개했다. 당시 서울역은 국제역이자 동북아의 허브였다. 남북철도 연결은 경제영토를 넓히는 것이고 비전과 상상력의 지평도 확장하는 것이다. 그래서 '철의 실크로드'라고 불린다.

문재인 정부가 구상하고 있는 '한반도 신경제구상'의 기본 토대인 남북철도 연결을 위해 평양 공동선언에서 합의한 대로 동·서해선 철도 연결을 위한 착공식이 연내 개최돼야 한다. 올해가 한 달밖에 남지 않아 일정이 촉박하기는 하지만 평양공동선언의 이행과 남북 경제협력 실천 차원에서도 연내 착공식 거행은 상징적 의미도 크다. 착공식을 위해 유엔의 추가적인 대북제재 면제를 받아야 한다. 국제사회, 특히 미국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한미 워킹그룹을 통해 속도감 있게 논의가 진행되도록 해야 한다. 철도 연결 공사비용도 남북협력기금 투입, 국제금융기구, 민간투자 등 여러 투자방식이 검토되겠지만, 퍼주기 논란으로 남·남 갈등이 촉발되지 않도록 재원조달 방안도 세심하게 고려돼야 한다.

남북 공동조사, 착공식, 철도 연결 공사 등의 절차가 순항하기 위해서는 북미 비핵화 평화 협상의 진전도 뒷받침돼야 한다. 남북은 당초 8월 말 철도 공동조사를 진행하려다 미국의 영향력 아래 있는 유엔사령부와의 이견으로 조사를 미룬 바 있다. 북미 관계가 주춤거리면서 남북철도 사업도 영향을 받은 것이다. 앞으로도 북미 협상 여하에 따라 철도 연결 프로세스가 언제 또 삐걱댈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우리 시간으로 1일 새벽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에서 남북관계와 북미 관계의 선순환에 대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공감을 넓히는 문재인 대통령의 외교력이 중요한 시점이다. 북미 협상이 공전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협상 촉진자이자 중재자로서 역할이 더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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