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7년 타향살이 국보 '산청 범학리 삼층석탑' 고향서 재건(종합)

입력 2018-11-27 17:21
수정 2018-11-27 17:25
77년 타향살이 국보 '산청 범학리 삼층석탑' 고향서 재건(종합)

진주박물관 석조물 정원에 자리…훼손 부위 고향 원석으로 복원



(진주=연합뉴스) 최병길 박상현 기자 = 77년간 타향살이를 한 국보 제105호 산청 범학리 삼층석탑이 기나긴 떠돌이 생활을 끝내고 27일 고향에 다시 세워졌다.

국립진주박물관과 진주불교사암연합회는 이날 오후 박물관 야외전시장에서 산청 범학리 삼층석탑 점안식(點眼式·불교에서 신앙 대상에 생명력을 부여하는 의식)과 복원기념식을 했다.

점안식은 불교 축원 의식인 상축(上祝), 살풀이춤, 태평무 공연 순으로 진행됐고, 기념식에서는 유물 설명과 축사, 현대 공연이 펼쳐졌다.

통일신라시대인 9세기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석탑은 일제강점기에 반출된 뒤 오랫동안 수난을 겪으며 타향살이를 한 아픔을 안고 있다.

석탑은 원래 경호강이 바라보이는 산청 둔철산 자락에 있었으나 조선시대 어느 시점에 절이 사라지면서 석탑도 허물어졌다.

석탑은 1941년 한 일본인이 매입하면서 산청을 떠났고 대구지역 공장 공터로 옮겨진 후 조선총독부 박물관이 유물 실태조사 과정에서 확인해 이듬해 서울로 옮겨졌다.

이후 해방이 된 뒤 미군 공병대가 1946년 5월 서울 경복궁 안에 세웠으나 1994년 역사 바로세우기 사업 일환으로 경복궁이 정비되면서 다시 해체돼 무려 23년간 국립중앙박물관 수장고에서 햇빛을 보지 못했다.

국립진주박물관은 석탑 재건과 전시를 위해 이관을 요청했고, 마침내 지난해 2월 서울에서 고향인 경남 산청과 인접한 진주로 돌아왔다.



박물관은 최근 야외 석조물 정원에서 석탑 재건을 위한 터파기 공사를 시작한 뒤 원형 모습 그대로 복원을 완료했다.

특히 박물관은 일제강점기 석탑 운반 과정에서 사라진 하대석을 복원하면서 산청 범학리 근처인 정곡리에서 석탑 원석인 섬장암(閃長岩) 채석장을 찾아내 사용했다.

높이 4.145m, 무게 12t인 석탑은 경남 지역 석탑 중 유일하게 탑 외부에 부조상이 존재한다. 상층 기단에는 불법을 수호하는 신장상(神將像) 8구, 1층 탑신에는 보살상 4구를 뛰어난 조각기술로 새긴 점이 특징이다.

최영창 관장은 "탑 꼭대기 부분인 노반, 복발, 찰주는 예전에도 없었기에 복원하지 않았다"며 "하층 기단은 상층과 유사한 돌을 찾아내 큰 차이가 느껴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역사 속 아픔을 겪으며 오랫동안 타향살이를 했던 석탑이 마침내 고향으로 돌아와 안식을 취하면서 생명력을 되찾았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진주불교사암연합회장 불암 스님은 "석탑이 고향 땅에서 따뜻한 사랑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재근 산청군수는 "점안식 도중에 무지개가 두 번이나 뜬 오늘은 경사스러운 날"이라며 "석탑이 먼 길을 돌아 고향으로 돌아와 가슴이 뭉클하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 석탑은 오는 30일부터 일반인에게 공개된다.



choi21@yna.co.kr, psh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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