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이상 납치 구명 50년전의 기억'…베를린서 기념 토크·콘서트
송두율 前뮌스터대 교수 등 참석해 당시 기억 나누기…윤이상 가곡 공연
(베를린=연합뉴스) 이광빈 특파원 = 독일 수도 베를린에서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작곡가 윤이상 선생의 구명운동 50주년을 맞아 당시의 상황을 반추하는 행사가 열렸다.
24일(현지시간) 베를린의 윤 선생 자택이었던 '윤이상 하우스'에서 열린 '평화 토크·콘서트'에서는 송두율 전(前) 뮌스터대 교수와 이유재 튀빙겐대 교수, 우베 슈멜터 독한협회 회장 등이 동백림 사건과 관련한 당시 상황을 조명했다.
당시 서독에서 음악 활동하던 윤 선생은 1967년 중앙정보부에 의해 조작·과장된 동백림(東伯林·East Berlin) 간첩단 사건에 연루돼 한국으로 납치됐다가 서독 지식인 사회와 언론이 들고일어나면서 풀려났다.
서독 등 유럽에서 납치된 한국인이 17명에 달한다. 중앙정보부는 사건 관계자들이 동베를린의 북한대사관과 왕래하면서 이적활동을 했다는 혐의를 들었다.
중앙정보부는 총 203명을 조사해 23명을 대상으로 간첩죄와 간첩 미수죄를 적용했으나, 서독 정부 등과 외교적 마찰을 빚으며 1970년 사건 관계자를 전원 석방했다.
이유재 교수는 "동서독도 냉전을 겪었지만 60년대 중반부터 긴장이 완화되고 공존이 강조되는 시점이었는데, 남북한은 적대성이 커진 상황이었다"라며 "동서독과 남북한은 냉전 시대에 다른 시간성을 갖고 있었다"고 말했다.
송두율 교수는 윤 선생이 동백림 사건으로 고초를 겪은 이후에도 유신체제를 비판하는 독일 교포들의 공개 모임에 참여한 사실을 소개했다.
그는 그러면서 2006년 국정원 과거사특별위원회가 동백림 사건이 확대·과장됐다는 점을 밝힌 것을 언급하면서 "한국사회에서 국가보안법이 너무 오랫동안 영혼의 자유를 죽여왔다"고 강조했다.
슈멜터 회장은 윤 선생의 납치 당시 서독 지식인들과 언론들이 거세게 반발한 것과 관련해 당시 프랑스 68혁명을 전후로 서독에 비판적 사고와 자유주의적 사고가 흐르고 있던 점이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정범구 주독 한국대사는 축사에서 "윤 선생은 음악적으로도 영향력이 있었지만,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서도 노력했다"고 강조했다.
도리스 헤르트람프 전 주북한 독일대사도 축사에서 "윤 선생의 뜻을 이어받아 남북한의 음악가들이 함께 윤 선생의 곡을 연주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피아니스트 한가야와 소프라노 서예리가 윤 선생의 가곡을 공연하는 등 윤 선생의 음악을 기리는 다채로운 공연이 열렸다.
lkb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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