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경 지휘관이 인권침해…교체했는데 또 반복

입력 2018-11-25 07:30
의경 지휘관이 인권침해…교체했는데 또 반복

군인권센터 "서울경찰청 의경 인권보호 시스템 작동하지 않아"



(서울=연합뉴스) 김지헌 기자 = 서울 한 의경 부대에서 지휘관이 인권침해 문제로 교체됐는데 그의 후임자도 비슷한 문제를 일으켜 경찰의 의경 관리 시스템에 허점이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25일 군인권센터에 따르면 서울지방경찰청 2기동단 산하 모 중대의 중대장 A 경위는 초과근무수당 부당 수령, 휘하 대원에 대한 폭언, 소원 수리 방해 등을 저질렀다.

A 경위는 업무시간 외인 오후 6시 이후 중대장실에서 모바일게임을 하거나 TV를 시청하는 등 일을 한 적이 없으면서도 초과근무를 한 것처럼 꾸며 수당을 타냈다.

휴일인 주말에 출퇴근 인식기에 지문만 찍는 방식으로 수당을 받기도 했다고 한다.

대원들을 향한 부적절한 언동은 물론, 폭언이나 협박도 수차례 있었다.

A 경위는 지난 6월께 소속 소대 변경을 요청한 한 대원 앞에서 의자를 집어 던지면서 "너는 내가 전화 한 통 하면 다른 중대로 보낼 수 있다. 군대가 애들 장난이냐" 등 협박성 발언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대원 간담회를 진행할 때면 수시로 "의경이 감축되고 있는데 (소원 수리 등으로) 자꾸 문제가 생기고 시끄러워지면 우리 부대가 가장 먼저 없어질 것" 등의 발언을 하며 소원 수리를 막으려고 했다.

이 부대는 전임 중대장도 부당행위와 폭언 등 인권침해 때문에 지난 4월 교체되는 사태를 겪었던 곳이다.

전임 중대장 B 경감은 인력이 부족함에도 대원들의 근무시간을 조정하지 않아 하루 평균 취침시간을 4시간 정도에 불과하게끔 근무를 짜놓고도 조정을 요구하는 목소리에 "무능한 중대장으로 보일 수 있어 내가 직접 보고하기 난처하다"고 묵살하는 등 상식 밖의 판단을 내리다가 교체됐다.

군인권센터는 "전임 중대장 교체로 면밀한 관리가 요구되는 부대인데도 다시 대원들이 새 중대장에 의한 인권침해를 겪는 상황"이라며 "한 부대 내 지휘관의 반복적 인권침해는 의경 인권 보호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는다는 뜻"이라고 지적했다.

센터는 "중대장을 즉각 보직 해임하고 위법사항은 수사해 엄중하게 조치해야 한다"며 "같은 일이 계속 일어나는 원인에 대한 진단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j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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