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네가 이 별을 떠날 때·가출

입력 2018-11-22 16:50
[신간] 네가 이 별을 떠날 때·가출

흉가·삶은 계속된다·아무도 대령에게 편지하지 않다



(서울=연합뉴스) 임미나 기자 = ▲ 네가 이 별을 떠날 때 = 한창훈 장편소설.

태어나고 자란 거문도에서 계속 지내며 소설을 써온 작가가 바다를 배경으로 삶을 성찰하는 이야기를 쓴 소설이다. 지난 여름 문학동네 네이버 카페에서 연재돼 독자들의 호응을 얻었다.

선장으로 일하며 거의 평생을 바다에서 보낸 주인공은 아내와 사별하고 고향 섬으로 돌아와 지내던 어느 날 한 소년을 만나게 된다. 그 소년은 생텍쥐페리를 만난 뒤 80년이 지나 다시 지구를 찾아온 '어린 왕자'다.

남자와 소년은 소중한 사람을 잃었다는 같은 상처를 공유하며 빠르게 가까워지고 마음을 나눈다.

264쪽. 1만3천원.



▲ 가출 = '82년생 김지영'으로 유명한 조남주 작가의 신작 단편소설.

출판사 아시아의 'K-픽션' 시리즈로 출간됐다. 'K-픽션'은 최근 발표된 문학작품 가운데 해외 독자들에게 알릴 만한 작품을 한영 대역으로 소개하는 시리즈다.

'가출'은 늙은 아버지가 편지 한 통을 남겨두고 집을 나가 소식이 끊긴 뒤 가족들에게 벌어지는 일을 그렸다. 가족들은 처음에는 아버지의 부재를 걱정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적응하며 오히려 편안함을 느끼기도 한다. 문학평론가 노태훈은 "이제 실종되는 것은 엄마가 아니라 아버지이고, 그 부재 속에 남은 가족들은 절절한 그리움에 빠지는 것이 아니라 비로소 각자의 방식으로 해방된다"며 "이 소설은 살부(殺父)의 서사를 가출이라는 완곡한 방식으로 그려낸 일종의 판타지"라고 해설했다.

104쪽. 8천500원.





▲ 흉가 = 현대 미국 문단을 대표하는 여성 작가 조이스 캐럴 오츠의 단편집.

비밀을 간직한 어린아이, 낯선 남자에게 모델 제안을 받는 소녀, 아픈 강아지 비비, 폭력적인 형과 함께 사는 형수 등이 주요 인물로 등장하는 소설 16편이 담겼다. 폭력과 부조리 속에 은폐된 욕망을 공포로 형상화한다.

김지현 옮김. 민음사. 512쪽. 1만6천원.



▲ 삶은 계속된다 = '어느 유대인 소녀의 홀로코스트 기억'이란 부제가 붙은, 루트 클뤼거의 대표작.

1931년 오스트리아 빈에서 유대인 부부의 딸로 태어난 작가는 열한 살 때 고향에서 추방돼 체코 테레지엔슈타트 강제수용소로 끌려가 갇혀 지내다 1945년 초 어머니, 언니와 함께 극적으로 탈출했다. 그는 미국으로 이주한 뒤 독문학을 공부해 독문학 교수가 됐다. 이 책은 1992년에서야 내놓은 책으로, 유대인 여성으로서 당한 참상을 '증언'한다. 강제수용소의 현실을 사실적으로 묘사하는 대신, 폭력이 지금과 이후 삶에 미치는 영향을 시적 이미지로 형상화한다.

출간 당시 "페미니즘적 관점을 전면에 내세운 독보적인 홀로코스트 문학"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독일 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최성만 옮김. 문학동네. 384쪽. 1만5천원.



▲ 아무도 대령에게 편지하지 않다 = '백년의 고독'으로 유명한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초기작.

일흔다섯 살의 퇴역 대령과 만성 천식 환자인 그의 아내가 콜롬비아 북부 강변 지방의 한 마을에서 가난과 싸우며 살아가는 이야기를 그렸다. 대령 부부의 희망이었던 아들이 반정부 활동에 연루돼 닭 한 마리만 남겨둔 채 군인에게 죽임을 당하고, 대령의 아내는 마을의 탐욕스러운 부자에게 닭을 팔아 생계를 유지하자고 하지만, 대령은 아들의 정치적 자존심의 상징인 닭을 팔고 싶어하지 않는다.

마르케스가 1950년대 지닌 사회주의 사상을 바탕으로 한 작품으로, 콜롬비아 군사정권 독재의 역사와 한국전쟁 참전용사의 일화 등이 담겼다.

송병선 옮김.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56쪽. 1만원.

min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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