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전통시장 300곳 3차례씩 발품 판' 재미동포 임주성씨

입력 2018-11-22 10:58
[사람들] '전통시장 300곳 3차례씩 발품 판' 재미동포 임주성씨

모바일앱 '놀러와요 시장' 개발…정부·기관 투자유치

"1천200여개 전통시장에 활기 불어넣겠다"



(서울=연합뉴스) 왕길환 기자 = "전국의 전통시장은 1천600개 정도 됩니다. 이 가운데 도시형 전통시장 1천200여 개에 활기를 불어넣어 주고 싶습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의 위세에 눌린 국내 전통시장을 활성화하겠다는 재미동포 임주성(44) 씨의 포부다. 그는 모바일앱 '내 손안에 전통시장-놀러와요 시장'(이하 놀장)을 개발한 주인공이다.

임 씨는 21일 성남시 밀리토피아 호텔에서 열린 '창업 희망콘서트'에 참가해 이 앱의 개발 취지와 향후 포부 등을 발표했다. 이 행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지원하고, 한국청년기업가정신재단이 운영하는 'K-ICT 창업멘토링센터' 출범 5주년 기념 행사로 열렸다.

그는 콘서트가 끝난뒤 연합뉴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현재 서울 화곡본동시장을 포함해 5개 시장에 서비스를 하고 있다"며 "내년 3월말까지 수도권 30개 전통시장에 앱 서비스를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임 씨가 지난 2016년 귀국해 '놀장'을 상용화하기까지는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미국 텍사스 공대에 유학한 그는 졸업 후 현지 동포 언론사에서 대외사업과 마케팅 업무를 하며 10여년 간 근무했다.

창업에 뜻이 있었던 그는 회사를 그만두고 2014년부터 '미국내 마트 전용 통합마케팅 플랫폼' 개발에 나섰다. 모든 마트의 정보를 모바일앱에 담아 필요로 하는 소비자에게 실시간으로 전달하면 소비자는 광고를 보고 물품을 사도록 만들었다. 이때 포인트를 적립하고 그에 상응하는 전자화폐를 제공하는데 이는 마트에서만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한 것이다.

이 플랫폼 개발을 끝내고 상용화 단계에 이르렀을 때 임 씨는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ICT 관련 행사에 참여한 정보통신부 ICT 자문위원인 한 교수를 만났다. 그 교수는 "개발한 기술을 한국 전통시장에 적용하는 것이 어떠냐"는 제의를 했고, 임 씨는 고국의 경제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고 생각해 그동안 번 돈 1억원을 들고 주저 없이 고국으로 날아왔다.

임 씨는 '당신과 함께 하는 기업'이라는 의미의 ㈜위주(With you)를 설립했고, 자신이 개발한 기술의 특허도 출원했다.

그는 "현장의 목소리를 정확히 파악해야 전통시장을 활성화할 수 있다는 판단을 했다"며 "2년 가까이 300개가 넘는 시장을 최소 3차례씩 돌면서 문제점을 개선할 수 있을 것 같다는 확신을 했다"고 설명했다.

현장을 발로 뛰어서 개발한 앱이 '놀장'이다.

"가령, 30대의 한 여성이 피부과를 이용한다고 하죠. 피부과는 이 여성에게 맞춤형 상품이나 서비스를 모바일로 보내주고, 여성은 상품을 확인한 뒤 자신에 맞는 피부과를 찾아가는 것입니다. 이때 피부과가 지출한 광고비를 해당 소비자가 전자화폐로 받는 시스템인데요. 이 화폐는 전통시장에서만 사용할 수 있기에 시장이 활성화하는 것입니다. 실제 '놀장'을 활용한 소비자들은 한 달에 적게는 1만원 많게는 10만원까지 공짜 돈이 생겼다고 합니다."



'맞춤형 타깃 보상형 광고'라고도 이름 붙일 수 있는 앱을 개발했지만, 자금이 떨어져 기술이 폐기될 위기에 놓였었다. 그는 열심히 정부 기관과 투자업체를 쫓아다니며 기술을 소개했다.

그러자 기술보증기금, 신용보증기금, K-ICT 창업멘토링센터, 경기도, KAIST, 투자업체 등으로부터 9억여 원의 투자금을 받을 수 있었다.

임 대표는 "내년 3월경 투자자들로부터 30억원의 펀드를 받을 예정"이라며 "현재 지역구 시장에 시스템을 깔고 싶다는 정치인들로부터도 문의 전화가 잇따르고 있다"고 귀띔했다.

그는 국내 전통시장이 활성화하면 미국 마트 업계에도 이 시스템을 적용해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해외 유학생이나 재외동포들은 한국의 창업 지원 시스템이 아주 잘 돼 있다는 것을 모르는 것 같아요. 국내 청년들도 마찬가지고요. 아이템만 괜찮다면 충분히 지원받을 수 있는 곳이 많습니다. 지금 두드려보기를 권합니다."

ghw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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