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호의 기회' 잡을까…유엔 예멘특사, 반군 지도부 만나(종합)

입력 2018-11-22 17:31
'절호의 기회' 잡을까…유엔 예멘특사, 반군 지도부 만나(종합)

미 국방 "평화협상 내달 초 스웨덴에서 열릴 듯"



(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마틴 그리피스 예멘 파견 유엔 특사가 내전을 종식하는 평화협상을 추진하기 위해 21일(현지시간) 예멘 사나를 방문했다.

그리피스 특사는 사나에서 예멘 반군 후티(자칭 안사룰라)의 지도부를 만나 평화협상 개시의 조건과 절차, 일시, 장소 등을 논의했다.

그리피스 특사는 9월 스위스에서 예멘 평화협상을 2년 만에 겨우 마련했으나 협상 전날 반군이 사우디아라비아와 미국의 위협을 이유로 불참한다고 통보하는 바람에 협상이 무산됐다.

사우디가 주도하는 아랍동맹군과 친이란 예멘 반군이 3년 반째 공방을 주고받으며 장기화한 예멘 내전은 사태 반전을 위한 별다른 계기를 찾지 못한 채 예멘 국민의 고통과 인도적 비극만 가중됐다.

그러나 사우디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의 살해 사건으로 사우디 왕정의 도덕성까지 치명타를 입으면서 사우디가 깊숙이 개입한 예멘 내전을 해결하라는 국제 여론의 압박이 커졌다.

예멘 내전을 사실상 용인하며 사우디에 무기를 판매했던 서방측의 시선마저 냉랭해지자 사우디는 어느 때보다 적극적으로 평화협상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12일 사우디를 방문한 제러미 헌트 영국 외무장관은 사우디 국왕과 왕세자를 만난 뒤 "평화협상을 위한 절호의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며 사우디 왕실 내부의 분위기를 전했다.

그리피스 특사도 16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예멘 내전 당사자들이 평화협상에 참석한다고 굳게 확인했다"며 "올해 말 협상이 시작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장관은 21일 "예멘 평화협상이 내달 초 스웨덴에서 열릴 것 같다"며 "반군과 예멘 정부 양측을 (협상장에서)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예멘 현지 언론들은 이달 29일 협상이 시작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영국은 19일 유엔 안보리에 최악의 인도주의적 참상을 멈추기 위해 적대 행위를 중단하고 이달 말에 스웨덴에서 평화협상을 개시하는 내용의 결의안 초안을 제출했다.

그리피스 특사가 방문한 21일에도 예멘 남서부 반군의 근거지이자 예멘의 물류 요충지인 항구도시 호데이다에서는 정부군과 반군이 격렬하게 전투를 벌였다.

그리피스 특사는 22일 호데이다를 찾을 예정이다.



예멘 내전의 직간접 당사자도 일단 그리피스 특사의 중재를 지지했다.

미 국무부는 21일 낸 성명에서 "예멘 내전에 참전한 모든 세력은 즉시 적대적 행위를 중단하고 조속히 분쟁을 끝내기 위한 대면 대화에 참여함으로써 그리피스 특사를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우디와 함께 가장 적극적으로 내전에 개입한 아랍에미리트(UAE)의 셰이크 압둘라 알나흐얀 외무장관도 21일 "다음달 열릴 평화협상은 예멘 정부와 반군이 정치적 해법을 모색하는 첫걸음이 될 것"이라고 기대하면서 반군에 사태를 해결하려는 의지를 보이라고 촉구했다.

사우디와 UAE는 예멘 구호에 5억 달러를 지원하기로 했다.

예멘 반군 측에서는 평화협상 참석과 관련한 언급이 아직 나오지 않았다.

다만, 반군이 운영하는 알마시라 방송은 22일 "사우디와 미국은 휴전을 언급하면서도 예멘 국민에 대한 침략 행위를 멈추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반군 지도자 압둘말리크 알후티는 20일 사나에서 열린 대중 집회에서 "예멘 국민은 사우디와 미국의 침략에 맞서 조국을 지키겠다는 다짐을 다시 가다듬어야 한다"며 "부당한 그들의 침탈에 맞서 우리의 존엄과 정체성, 재산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지난 3년 반 동안 예멘 내전으로 1만명이 숨졌다. 국제구호기구 세이브더칠드런은 21일 예멘 내전으로 5세 이하 어린이 8만5천명이 악성 영양실조, 질병으로 숨졌다고 집계했다.

hskang@yna.co.kr

[로이터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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