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 개관 앞두고 비둘기 배설물 '비상'

입력 2018-11-21 09:27
수정 2018-11-21 09:45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 개관 앞두고 비둘기 배설물 '비상'

옛 연초제조창 일대에 300마리 서식 미술품 훼손 우려…"옮겨달라" 청주시에 요청

(청주=연합뉴스) 심규석 기자 = 한 달 앞으로 다가온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 개관을 앞두고 이곳에 사는 도심 비둘기가 골칫거리로 등장했다.



청주시에 따르면 577억5천만원의 사업비가 투입된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은 착공 1년 9개월 만인 다음 달 27일 준공·개관한다.

옛 청주 연초제조창을 리모델링한 청주관은 연면적 1만9천855㎡의 지상 5층 건물로, 10개의 수장 공간과 1개의 전시장이 들어선다. 1만1천여 점의 미술품 보관이 가능하다.

청주관은 과천관·서울관·덕수궁관에 이은 4번째 분관이다.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의 첫 분관이기도 하다.

불행히도 옛 연초제조창에는 어림잡아 300마리가 넘는 비둘기가 둥지를 틀고 있다.

비둘기 배설물은 각종 감염병을 퍼뜨리기도 하지만 강한 산성 성분이어서 미술품을 부식시킬 수 있다.

고가의 미술품을 운반하거나 전시하는 과정에서 비둘기 배설물이 묻기라도 한다면 큰 문제가 생기게 된다.

국립현대미술관 측은 최근 청주시에 "청주관 부근에 서식하는 비둘기를 다른 곳으로 옮겨 달라"고 요청했다.



청주시는 최근 환경정책과, 도시재생사업과, 문화예술과 등 해당 부서가 참여하는 회의를 열었지만, 묘책을 찾지 못했다.

회귀 본능이 있는 비둘기 서식지를 옮기려면 산 채로 포획해 적어도 반경 20㎞ 밖으로 보내야 한다.

비둘기를 이 거리만큼 옮기려면 새로운 서식지가 북쪽으로는 증평군을 넘어 진천군, 동쪽으로는 괴산군 청천면, 서쪽으로는 세종시 전동면, 남쪽으로는 대전시 대덕구 신탄진 중 어느 한 곳에 걸치게 된다.

해당 자치단체가 청주시의 비둘기 서식지 이전을 달가워할 리 없다.

게다가 덫을 놔 비둘기를 산 채로 포획하려면 1회당 3천만원 이상의 비용이 든다.

멧돼지나 고라니 등 유해동물을 포획하면 보상금이 지급되지만, 비둘기를 산 채로 포획하는 데 필요한 예산을 세워둔 부서는 없다.

예산을 확보해 비둘기 서식지를 다른 곳으로 옮긴다고 해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옛 연초제조창 일대에서는 경제기반형 도시재생 선도사업이 추진되고 있고 인근 내덕동과 우암동에서는 뉴딜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이런 도시재생사업이 본격화되면 그 주변의 비둘기가 옛 연초제조창으로 몰려들 수 있다. 일회성의 서식지 이전 사업이 하나 마나 한 일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이다.

국립현대미술관 측은 비둘기 서식지 이전에 대한 협조를 구하려고 오는 28일 한범덕 시장을 만날 계획이다.

k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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