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은 왜 일어나는가…신간 '전쟁과 자유주의 양심'
국제관계 석학 하워드 "전쟁을 없애려는 선한 노력이 더 끔찍한 상황을 초래"
(서울=연합뉴스) 이승우 기자 = 저명한 전쟁사학자들과 전문가에 따르면 전쟁은 평화를 수사(修辭)로 외치는 대신 상대국이 넘볼 수 없는 강력한 힘의 우위를 실질적으로 구축할 때에만 막을 수 있다는 게 정설이다.
전쟁사와 국제정치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석학 중 하나로 꼽히는 마이클 하워드 옥스퍼드대 명예교수도 저서 '전쟁과 자유주의 양심'(글항아리 펴냄)에서 이러한 전쟁 이론을 재확인한다.
저자는 국제관계 속에서 전쟁이 일어나는 이유를 16세기부터 사례별로 분석하고 정치학과 사회문화사적 관점을 통해 설명한다.
특히 민주주의 전통과 평화주의자들의 수사가 현실 세계에선 전쟁을 막지 못할 뿐 아니라 복잡한 국제 문제에 대한 이들의 몰이해가 오히려 사태를 악화시킨다고 지적한다.
그러면서 그는 "전쟁을 완전히 없애려는 선한 이들의 노력이 종국에는 더 끔찍한 상황을 가져왔다는 이 같은 암울한 이야기로부터 우리는 어떤 교훈을 도출해낼 수 있을까?"라고 묻는다.
책에 따르면 16세기부터 성숙한 서구 자유주의 전통은 17세기 들어 전쟁이 군사화된 지배 귀족 계급으로 인해 발생했다는 신념을 만들어냈다. 따라서 귀족들을 몰아내고 산업가들이 주도권을 잡으면 전쟁이 없어진다는 등식이 진실로 받아들여 졌다.
그러나 역사는 전혀 반대의 사실을 보여줬다. 귀족 계급의 해체는 실제로는 전쟁 감소가 아니라 격화되는 양상을 초래했다.
근대 군사전략을 확립한 클라우제비츠도 지적했듯 민주주의로의 이행은 전쟁을 없애기는커녕 기술 발전을 더 적극적으로 구현하는 '폭력적 열정'을 전쟁에 추가했다.
무엇보다 민주주의 사회는 종종 '과대망상'에 빠졌고 국제정치에 대해 무지했다. 민주주의 사회는 공산주의자와 파시스트 같은 극단적 이념 주의자들이 언론 통제와 조작 등을 통해 사회 전체를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다는 사실도 간과했다.
심지어 민주주의는 '동맹 체제'에 부정적이었고 '세력 균형'에 대해서도 회의적 태도를 보였다.
19세기에는 통치계급의 기득권과 왜곡된 인식이 무기제조업체를 비롯한 자본가와의 이해관계와 결합할 때 전쟁이 발생한다는 '신념'이 등장했다.
그러나 이제 자본가 간 이익 충돌이 두 차례 세계대전의 주요 원인이라는 학설을 제기하는 역사가는 거의 없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6·25 한국전쟁이 '집단 안보 체제'가 유일하게 작동했던 전쟁이라는 점을 강조한 대목도 주목할 만하다.
1947년 자유 세계를 전체주의로부터 지키겠다는 '트루먼 독트린'이 나오고 이듬해 미국 상원에서 "유화 정책은 피하려는 위험을 더 북돋을 따름"이라는 목소리가 커진 지 2년만인 1950년 북한의 남침이 일어난다.
국제연맹이 과거 아비시니아 등을 도우려고 하다 무산됐지만, 이번엔 더욱 성장한 미국의 지도력과 때마침 소련이 유엔에서 빠지면서 사상 첫 국제연합군이 탄생한다. 당시 한국전쟁은 "미국의 자유주의 양심에, 또 유럽과 여타 지역 자유주의 양심에 의심할 여지 없이 정당한 전쟁"이었다.
안두환 옮김. 480쪽. 2만5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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