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농단 수사' 정점…전직 대법관·대법원장 줄소환

입력 2018-11-14 16:03
'사법농단 수사' 정점…전직 대법관·대법원장 줄소환

박병대 前법원행정처장 19일 소환…후임 고영한도 내주 예상

양승태 이르면 이달 말 부를 듯…檢 "林 기소는 어떤 면에선 출발점"



(서울=연합뉴스) 이지헌 방현덕 기자 = 검찰이 14일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관련 실무 총책임자로 지목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을 재판에 넘기면서 그와 공모관계에 있는 '윗선'으로 꼽히는 박병대, 고영한 전 법원행정처장(대법관), 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 양승태 사법부 최고위직 조사만을 앞두게 됐다.

연내 수사 마무리를 목표로 하는 검찰은 임 전 차장 등 고위직이 수사에 협조하지 않는 자세를 보임에 따라 관련자 진술과 물증을 토대로 혐의 입증을 위한 증거 다지기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이날 오후 임 전 차장을 재판에 넘기면서 그의 구속영장 청구서에 담았던 30개의 범죄사실을 공소장에 사실상 그대로 담았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 보안과 효율을 고려해 영장에 기재한 범죄 혐의에서 기소했다"며 "임 전 차장의 기소로 사건이 일단락되는 게 아니고 중요 부분 수사는 계속돼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임 전 차장의 윗선 소환 조사가 임박한 상황에서 현재 진행 중인 수사사항을 공소장에 범죄사실로 담을 경우 수사 정보가 노출될 것을 우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추가 혐의 입증을 위해선 임 전 차장의 보고를 받는 위치에 있었던 박·고 전 대법관 등 윗선의 조사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윗선 수사 일정은 이미 시작했다. 검찰은 지난 7일 차한성 전 법원행정처장(대법관)을 비공개로 소환해 조사한 데 이어 그의 후임인 박 전 대법관에게 19일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라고 이날 통보했다.

박 전 대법관은 2014년 2월부터 2년간 법원행정처장을 지내면서 일제 강제징용 소송을 비롯한 여러 재판에 개입한 혐의를 받는다.



박 전 대법관 조사 후에는 그의 후임인 고 전 대법관의 소환 조사도 내주 중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전직 대법관들의 진술은 양 전 대법원장의 지시·관여 여부를 확인하는 데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들의 진술 여하에 따라 양 전 대법원장의 소환도 이르면 이달 말 이뤄질 수 있다.

다만 수사 범위가 워낙 폭넓은 데다 임 전 차장이 구속 후 묵비권을 행사하는 등 혐의 관련 진술을 하지 않은 점을 고려하면 수사 진척에 시간이 더 소요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검찰 관계자는 "임 전 차장의 기소는 어떻게 보면 출발점에 해당한다"며 "아직 조사할 부분이 많이 남았다"고 말했다.

검찰은 지난 6월 수사를 본격적으로 개시한 후 법원행정처 내부 문건 확보는 물론 80명이 넘는 전·현직 판사를 상대로 조사를 벌여왔다. 임 전 차장에게 적용된 범죄사실만 30개, 공소장 페이지만 242쪽에 달한다.

앞서 박상기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은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수사를 연내 마무리하기를 희망한다고 밝힌 바 있다.

p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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