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변하는 세계 해운·조선산업…한국이 가야 할 길은
(부산=연합뉴스) 이영희 기자 = 한국의 해운과 조선산업이 예전의 위상과 명성을 되찾을 길은 있을까.
이 물음에 대한 답을 찾아보려는 '대한민국 해운·조선 혁신성장 세미나'가 9일 부산롯데호텔에서 부경대학교 CORE사업단,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한국해양진흥공사 주최로 열렸다.
최재선 KMI 선임연구위원은 '글로벌 해운·조선 트렌드'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2017년 해양수산 분야 핵심 키워드에서 안전, 기후변화, 4차 산업혁명, 무인 자동화, 일대일로, 블록체인 등이 10위 안에 들었으며 해운 분야에서는 글로벌 선사들의 덩치 키우기가 가장 두드러졌다고 밝혔다.
세계 10대 해운선사 가운데 덴마크의 머스크라인, 스위스의 MSC, 중국의 코스코 그룹, 프랑스의 CMA CGM 등 5대 기업이 전체 선박량의 63%를 장악했지만 한국의 현대상선은 1.8%에 지나지 않아 존재감이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세계 5대 선사는 해운동맹을 통해 시장 장악력을 높여가는 가운데 현대상선은 2M동맹 가입에 실패하고 전략적 제휴만 한 상태여서 국적선사로서 입지가 현저하게 약해졌다고 덧붙였다.
정부가 뒤늦게 해운 산업 재건대책을 내놨지만, 시장의 반응이 긍정적이지만은 않다고 강조했다.
조선산업 또한 세계 경기 변동과 산업 구조 변화 등으로 큰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한·중·일 3국의 위기탈출 해법이 서로 다르다고 진단했다.
우리나라는 조선 3사가 각자 살길을 도모하는 반면 일본은 조선소와 정부, 화주 등이 전략적 연대를 통해 협업하는 게 특징이라고 소개했다.
중국은 상당수 조선소가 국영기업이거나 정부의 영향력 아래에 운영되고 있어 구조조정이나 통합, 경영 전략 추진 등에 있어 신속한 의사 결정이 가능한 구조라고 분석했다.
최 연구위원은 최근 주목받는 무인자동선박 분야에서 일본, 중국, 노르웨이 등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기술개발에 뛰어들었지만 우리나라는 이제 예비 연구에 착수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대우조선해양 등 조선사들이 자체적으로 기술개발에 나서고 있으나 노르웨이 등은 기술개발과 함께 국제표준도 미리 확보하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어 우리나라가 뒤처지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최 위원은 이처럼 급변하는 시장에서 살아남는 방법은 다른 기업이 하지 않는 전략을 택하거나 전혀 없던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실적으로 둘 다 쉽지 않은 만큼 정부는 해운산업 재건대책이 시장에서 제대로 통할지 면밀하게 모니터링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자율운항 선박의 등장이 해운산업 생태계를 어떻게 변화시킬지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선원이 타지 않는 선박이 등장하면 기존 선원 정책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해운 정책이 크게 바뀔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민간 기업 차원에서는 글로벌 플랫폼 기업의 등장으로 물류 산업 전반이 송두리째 바뀔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제시했다.
아마존 등 기존 물류 시장에 관심이 없던 기업들이 세계 상품 시장과 물류 시장을 장악하게 되면 선사나 관련 기업은 하청업자로 전락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동서대학교 한철환 교수는 '한국 해운이 가야 하는 길'이라는 주제발표에서 한진해운 사태 전(2015년) 39조원이던 해운 매출액은 29조원(2016년)으로, 외화가득액은 276억 달러에서 200억 달러로, 아시아-미주 시장 점유율은 11.4%에서 4.8%로 각각 추락했다고 밝혔다.
한 교수는 정부의 해운 재건 5개년 계획이 한진 사태 2년 후에나 마련됐고, 물동량과 선박 확보에 치중해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부족하다고 진단했다.
해운 강국인 영국, 네덜란드, 싱가포르 등은 인적자본, 보안, 안전과 환경, 혁신 등에 중점을 둔 장기전략을 세우고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노사, 교육기관, 비정부기구 간 긴밀한 협력을 추구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이러한 해운 강국들의 정책은 최소 10년 후를 내다보는 명확한 장기비전과 전략의 수립, 시대변화를 앞서가는 선제 대응, 클러스터 기반을 통한 정책 수행, 집단지성을 이용한 정책 입안의 중요성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한국 정부는 클러스터의 실질적인 구축과 운영, 해사 비즈니스 육성을 통한 해운산업의 고부가가치화, 디지털 기술로 무장한 해운물류 스타 업의 육성, 국제기구와 선사 지역본부 유치를 통한 동북아시아 해운센터화 등의 정책을 추진할 것을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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