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지정석' 광주 아파트 지하주차장 독점 논란
(광주=연합뉴스) 천정인 기자 = A씨 부부는 최근 광주 남구 월산동 한 아파트에 이사를 오면서 황당한 이야기를 들었다.
차량 105대를 주차할 수 있는 지하주차장이 텅텅 비어 있는데도 사용을 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거주하고 있는 다른 세대주들이 지하주차장 자리를 선점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아파트 관리사무소에 항의했지만, 관리사무소 측은 먼저 신청한 세대부터 지하주차장 사용 권한을 주는 '순번제'를 운영하고 있어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만약 주차 권한이 없는 입주자가 규칙을 어기고 지하주차장에 주차하면 관리인들이 불법주차 스티커를 차량에 붙인다고도 했다.
결국 지하주차장 사용권이 없는 나머지 130여 세대는 74면 규모의 지상 주차장을 나눠쓰며 매일 주차 전쟁을 벌이고 있었다.
문제는 다른 세대가 이사를 하거나 권한을 포기할 때까지 지하주차장 사용 권한은 영구적이라는 것이다.
이마저도 지하주차장 사용권을 받기 위해 30여 세대가 대기자 리스트에 이름을 올려두고 있다.
A씨 부부에게 지하주차장을 이용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 되어버렸다.
A씨 부부는 "불합리하다"며 거세게 항의했지만, 관리사무소 측은 "입주자대표회의에서 결정한 일"이라며 어쩔 수 없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억울한 마음에 구청에 민원을 제기해봐도 뾰족한 해결방안은 나오지 않았다.
아파트 관리규약이 만들어진 절차에 하자가 없다는 이유였다.
남구 관계자는 "공동주택관리법에서 아파트 주차 운영기준은 입주자대표회의에서 결정하게 돼 있다"며 "행정적인 조치는 할 수 없지만, 민원이 제기된 만큼 원만하게 해결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주차장 운영 논란' 광주 남구 아파트 "순서 오면 누구나 사용"
(광주=연합뉴스) 천정인 기자 = 지하주차장 운영을 두고 논란이 일었던 광주 남구의 한 아파트 측은 "지정석제가 아닌 순번제로 운영한다"고 4일 밝혔다.
해당 아파트입주자대표회의는 지난 11월 8일 자 연합뉴스 보도와 관련해 "지하주차장은 누구나 신청 후 순번을 기다렸다가 자신의 순서가 돌아오면 월 1만5천원의 요금을 내고 사용할 수 있다"며 "기존 사용자가 이사하는 등 지하주차장에 여유 공간이 생기면 대기 순서에 따라 사용권이 주어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용 권한이 있는 주민이라면 지하주차장 어디에든 주차할 수 있다"며 "비어있는 주차 공간을 일부 세대가 독점하고 있다거나 지정석을 운영하는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이 주차관리 규정은 공동주택관리법에 따라 아파트입주자대표회의에서 결정했다.
240세대가 입주한 이 아파트는 지하 105면, 지상 74면의 주차장을 보유하고 있다.
지하 105면의 주차장을 신청 순서에 따라 사용권을 주면서 뒤늦게 입주한 일부 주민이 불만을 제기하는 등 논란이 일었다.
아파트입주자대표회의는 오는 6일 입주민 총회를 열어 주차관리 규정에 대해 다시 논의할 예정이다.
아파트입주자대표회의 관계자는 "세대수보다 주차 공간이 부족한 상황에서 과거 입주자대표회의가 월 주차요금을 부담하는 세대에게 신청을 받아 지하 주차 공간을 이용하도록 했지만, 일부 세대가 독점하거나 지정석을 운영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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