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사고 피해자, 한국사회서 '울분' 가장 많이 느껴"

입력 2018-11-07 16:52
"사건·사고 피해자, 한국사회서 '울분' 가장 많이 느껴"

서울대 행복연구센터 연구…사건 피해자·정치인·노동자 순으로 경험↑



(서울=연합뉴스) 최평천 기자 = 19년치 신문기사를 분석한 결과 한국 사회에서 '울분'을 가장 많이 느낀 주체가 사건·사고 피해자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7일 서울대 행복연구센터의 '한국의 사회적 울분 : 1990년~2018년 국내 7개 종합 일간지 보도 내용분석' 결과에 따르면 신문기사 제목에 '울분'이 포함된 총 321건 중 55건(17.1%)에서 사건·사고 피해자·가족이 주체인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 사회의 가장 잦은 울분 경험자가 사건·사고 피해자이며, 정치인(42건·13.1%), 노동자·농어민(37건·11.5%)이 뒤를 이었다. '청년 세대', '중년 세대', '지역 주민' 등 나이와 주거지 등으로 묶이는 그룹이 33건으로 4위(33건)를 기록했다.

반대로 울분 유발 대상은 정부 조직·관료가 전체 기사의 93건(29%)을 차지했다. 이어 정치인(45건·14%), 기업(35건·10.9%), 사회 일반(33건·10.3%), 피의자 등 개인(20건·6.2%) 순이었다.

울분의 원인은 가족의 생명·생계 기반의 손실 등 '기반의 박탈과 근본적 요구의 묵살'이 80건(24.9%)으로 가장 많았다. 명예훼손·모독·누명이 50건(15.6%), 권력 부조리·갑질·횡포가 36건(11.2%)으로 뒤를 이었다.

울분 주체들이 보이는 울분 반응은 증언·기자회견·성명발표 등의 '표현·공개'가 92건(27.5%)으로 가장 많았다. 슬픔과 분노, 오열 등 정서적 반응은 57건(17%)이었다.

울분 관련 기사는 1990년대보다 21세기 들어 전반적인 증가세를 보였다. 특히 박근혜 정부 전후 시점에 급격히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 발표를 맡은 주영기 한림대 미디어스쿨 교수는 "1990년대에는 정치인이 정치인에 대해 명예훼손, 배신 등의 이유로 울분을 느끼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며 "21세기로 넘어오면서 정부에 대한 울분을 느끼는 경우가 급증했다"고 설명했다.

주 교수는 "시민사회가 정착된 21세기에는 세월호, 메르스 등 각종 안전 위협 사고 피해자들의 정부에 대한 울분이 주요 울분 현상으로 자리 잡았다"며 "다양한 울분 현상을 양산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대 행복연구센터와 보건환경연구소는 8일 오후 서울대 보건대학원에서 연구 결과 발표 세미나를 개최할 예정이다.

pc@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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