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붉은 불개미 예찰 트랩 유실·파손 빈번…최근 60개 발견

입력 2018-11-07 15:32
대구 붉은 불개미 예찰 트랩 유실·파손 빈번…최근 60개 발견

고양이, 사람 등 접근 쉬워 훼손 가능성 커 추가 유실 우려

붉은 불개미 추가 발견 없어…"주민 함께하는 현장 관리시스템 필요"



(대구=연합뉴스) 최수호 기자 = 한 달여 전 대구에서 여왕개미를 포함한 붉은 불개미 800여 마리가 발견돼 환경 당국이 후속 조치로 트랩 400개를 설치했지만 관리 부실로 상당수가 유실되거나 파손된 것으로 드러났다.

환경 당국은 지난달 중순 트랩 내용물을 보강하는 등 교체 작업을 벌였지만 붉은 불개미 추적조사가 더욱 촘촘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체계적인 현장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7일 대구시와 북구청에 따르면 지난 9월 17∼18일 북구 한 아파트 공사장 안 중국산 조경용 석재에서 붉은 불개미 여왕개미 1마리, 공주개미 2마리, 수개미 30마리, 번데기 27개, 일개미 770마리 등 830여 마리가 발견됐다.

비상이 걸린 당국은 약제 살포와 조경용 석재 밀봉, 훈증소독 등 조치를 한 뒤 붉은 불개미 추가 확산 여부 등을 조사하기 위해 트랩 400개를 설치했다. 공사현장에 150개, 반경 2㎞ 안 공원과 농수산물도매시장, 초등학교, 아파트단지 등에 250개를 설치했다.

트랩은 파란색 뚜껑과 땅에 꽂아 고정할 수 있도록 바닥 부분을 뾰족하게 만든 플라스틱 통을 결합한 것으로 크기는 어른 손보다 작다.

또 설치할 때는 붉은 불개미 유인을 위한 미끼와 함께 트랩 안에 들어온 개미가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알코올과 부동액을 섞은 액체를 넣어 둔다.

흙으로 된 바닥이면 뚜껑이 위로 향하도록 꽂아두지만 개미가 잘 다니는 풀숲에는 트랩을 풀에 묶어 놓기도 한다. 주변 철조망에 끼워 놓는 경우도 있다.

트랩 예찰·관리는 환경부 산하 국립생태원이 전담하지만, 대구시와 북구청은 지난 10월 생태원 요청으로 공사장 외곽 250개 트랩 예찰 업무를 분담했다.

이 기간 시와 북구는 2주에 1번씩 예찰에 나섰고 트랩 60개가 유실되거나 파손된 사실을 확인했다.

시와 북구 측은 "설치 장소로 표시된 곳에 있어야 할 트랩이 사라지거나 미끼나 부동액 없이 비어 있는 통을 발견한 사례가 있다"며 "플라스틱 통 상단을 막아 놓은 뚜껑이 없어진 것도 있다"고 말했다.

또 "생태원이 트랩을 교체한 후에도 유실·파손 사례가 추가로 목격됐다"고 전했다.

국립생태원 측은 붉은 불개미가 발견된 장소가 항만이 아닌 주택가 등이 밀집한 일반 장소여서 트랩 유실, 파손 등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실제 지난 6일 아파트 공사장 주변 곳곳을 둘러보니 일부 트랩은 바닥에서 뽑힌 채 넘어져 있어 추가 유실이 우려됐다. 농수산물도매시장 인근에서는 속이 비어 있는 예찰 트랩이 도롯가에 방치된 모습도 보였다.

한 주민은 "평소 주변을 자주 지나다니는데 일부 트랩은 땅에 꽂힌 채 세워져 있고 일부는 뽑혀 있어 이상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국립생태원 관계자는 "붉은 불개미 발견 초기에는 트랩에 미끼만 넣어뒀는데 예찰 주기가 길어진 만큼 최근 알코올과 부동액을 섞은 액체도 함께 넣어 기존 위치에 다시 설치했다"며 "이곳은 고양이 등이 트랩을 물어갈 수도 있고 사람이 호기심에 뽑아가는 경우도 배제할 수 없다. 예초기에 트랩이 파손될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또 "트랩뿐만 아니라 맨눈 검사 등으로 붉은 불개미 예찰 활동을 벌이고 있으며 아직 추가로 발견된 것은 없다"고 덧붙였다.

이재혁 대구경북녹색연합 대표는 "핵심 예찰 지역 인근 주민에게 트랩 설치 내용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유실, 파손 등 사례를 발견하면 곧바로 신고할 수 있도록 협조를 구해야 한다"며 "환경 당국과 주민이 함께하는 체계적인 현장 관리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붉은 불개미 추적을 위한 예찰은 내년 3월 17일까지 2주에 1회, 이후 2021년 3월 17일까지는 6개월에 1회씩 이뤄진다. 이 기간 붉은 불개미 추가 발견이 없으면 박멸된 것으로 공식화한다.

한편 붉은 불개미가 대거 발견됐던 아파트 공사현장에 설치한 트랩 150개 가운데 120개는 지난달 말 모두 제거했다. 또 시공사와 검역본부는 붉은 불개미가 발견된 중국산 석재에서 이물질 600㎏가량을 제거해 비닐에 밀봉한 후 폐기처리 했다.

시공사 관계자는 "환경 당국이 주기적으로 예찰을 한 결과 붉은 불개미가 더 없는 것으로 확인됐으며 공사는 차질 없이 진행 중이다"고 말했다.



su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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