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수로 일가족 몰살 伊주택, 불법건축물로 드러나 '논란'(종합)

입력 2018-11-06 02:07
수정 2018-11-06 09:58
홍수로 일가족 몰살 伊주택, 불법건축물로 드러나 '논란'(종합)

야당 "불법건축 사면 앞장선 극우정당이 책임져야"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지난 4일(현지시간) 홍수로 불어난 강물이 주택을 덮치며 일가족 9명이 사망한 이탈리아 남부 시칠리아 섬의 주택이 불법 건축물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ANSA통신 등 현지 언론은 비극이 일어난 팔레르모 동부의 해안가에 위치한 마을 카스텔다차의 주택이 2008년 당국으로부터 철거 명령을 받은 불법 건축물이라고 5일 보도했다.



별장으로 사용되던 이 주택에는 주말 동안 가족 파티를 위해 이 집을 빌린 일가족이 머물고 있었으며, 이 가운데 총 9명이 폭우 속에 갑자기 집안으로 들이닥친 인근 강물과 진흙에 파묻혀 목숨을 잃었다. 사망자 가운데에는 첫돌을 맞은 1살배기 아기와 3살 난 남아도 포함돼 있다.

일가족 가운데 성인 1명과 어린이 2명 등 총 3명은 사고 당시 후식을 사러 잠시 외출을 한 덕분에 화를 면했고, 나머지 1명은 집에 물이 차오르자 황급히 나무 위로 피신해 2시간가량 버틴 끝에 구조된 것으로 전해졌다.

생존자 중 1명인 주세페 조르다노(35)는 "모든 것을 잃었다. 딸 1명만 남았다"며 "아무도 이곳이 위험하다고 우리에게 알려주지 않았다"고 절규했다. 그는 이번 일로 아내와 두 자녀, 부모, 형제들과 조카, 조카의 할머니 등 한꺼번에 9명의 가족을 떠나보내야 했다.

특히 15살 난 그의 큰아들은 돌쟁이 어린 여동생을 구하기 위해 분투하다 함께 목숨을 잃은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했다.

[로이터 제공]

사법당국은 홍수에 취약한 인근 강변에 건설된 이 건물이 당국의 허가를 받지 않고 건축된 데다, 강에서 불과 150m도 채 떨어져 있지 않아 안전 규정도 어겼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건물주 등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이탈리아에서는 재료비와 인건비를 아끼고, 인허가 등에 드는 행정처리 비용과 세금을 절감하기 위해 불법 건축이 성행하고 있으나, 정부는 불법 건축물 소유주들의 강력한 반발과 인력과 예산 부족 등으로 인해 제대로 단속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불법 건축물은 특히 마피아들의 세력이 강하고, 공권력이 느슨한 시칠리아 주, 캄파니아 주 등 남부에서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탈리아 통계청(Istat)에 따르면, 이탈리아 신축 건물 가운데 약 20%가 불법건축물로 집계된 가운데, 불법건축물 비율은 북부는 6.7%, 중부는 19%, 남부는 47%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남부에서는 건물 2채 가운데 1채꼴로 불법으로 지어지는 셈이다.

또, 2004년에서 올해까지 철거 명령을 받은 약 1만6천500채의 건물 가운데 실제로 철거가 집행된 건물은 495채로 전체의 3%가량에 불과한 실정이다.

일가족이 비극적으로 스러진 건물이 불법 건축물로 드러나자 야당인 중도좌파 민주당은 이번 일은 불법 건축에 대한 사면에 앞장서 온 극우정당 '동맹'이 책임을 져야 한다고 비판하고 나섰다.

하지만, 동맹의 대표인 마테오 살비니 부총리 겸 내무장관은 이번 비극은 위험을 줄이기 위해 나무를 베거나, 수로의 방향을 바꾸는 등의 조치를 취하지 못하게 하는 교조적 환경보호주의자들의 탓이라고 응수했다.

한편, 이탈리아에서는 1주일 넘게 곳곳을 강풍을 동반한 폭우가 휩쓸며, 사망자가 32명에 달하고 있다.

홍수 피해가 극심한 베네토를 비롯해 피에몬테, 에밀리아 로마냐, 라치오 등 4개 주는 5일에도 호우주의보가 발령되는 등 악천후가 계속되고 있다.

주세페 콘테 총리는 이번 홍수 피해 복구를 위해 10억 유로(약 1조2천800억원)의 지원금을 투입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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