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 미투 이끈 로즈 맥고언 "무서워도 싸워야한다"
(서울=연합뉴스) 강종훈 기자 = "어린 시절 성장통을 겪으면 아프지만 키가 큽니다. 미투도 마찬가지입니다. 미투 이후 세상에 변화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영화계에서 당한 성폭력을 폭로하며 할리우드에 미투 바람을 일으킨 로즈 맥고언은 2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SBS D포럼'에 연사로 나서 "무섭지만 변화를 위해 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배우이자 가수인 로즈 맥고언은 할리우드 거물 제작자 하비 와인스타인의 성폭행 혐의를 폭로했으며, 할리우드에서 벌어지는 부당한 차별을 끊임없이 고발해왔다.
맥고언은 "할리우드는 전 세계에 영향을 미치지만 어둡고 범죄적인 요소를 가지고 있었다"며 "유색인종과 여성에 대한 차별이 영화에 드러나고, 영화일 뿐이지만 사람들은 그 모습을 체면에 걸린 듯 보면서 설득당한다"고 말했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등 수많은 영화를 떠올리면 착한 금발머리 여자와 나쁜 갈색머리 여자, 성(性)을 통해 목적을 이루는 여자 등이 등장한다는 것이다.
맥고언은 "사람들은 좋아하는 캐릭터를 통해 습득한 행동을 따라 하며 주위에 차별적인 대우를 하고 폭력을 행사한다"며 남성이 지배하는 할리우드 문화의 부정적인 단면을 지적했다.
그는 할리우드의 현실을 고발한 회고록 '브레이브(Brave)'를 출간했으며 온라인 시민 모임 '로즈 아미(Rose Army)'를 이끌며 사회운동가로도 활동하고 있다.
맥고언은 "4년 전부터 할리우드에 대항했으나 도와주는 이가 없어 혼자 해야 했고 무서웠다"며 "나를 증오하는 사람이 많이 생겼고 언론과 사회가 나를 왜곡했지만 감당해야 했다"고 말했다.
2017년 10월 뉴욕타임스가 하비 와인스타인 성추문 사건을 보도하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할리우드 배우들이 줄줄이 피해 사실을 밝혔고, 전 세계로 미투 운동이 퍼졌다.
맥고언은 "할리우드 성폭력이 보도되기까지 쉽지 않은 과정을 거쳤다"며 "책을 쓸 때도 계속 괴롭힘을 당했고 출판하지 못하게 하려는 사람들이 있었다"고 전했다.
그는 "미투는 목적지가 아니고 출발점이며, 미투를 넘어서서 다음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며 "세상은 실제로 바뀌고 있고, 역사가 만들어지는 것을 목격하는 것은 멋진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연설 도중 과거 힘들었던 기억을 떠올리며 잠시 말을 잇지 못하고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이어진 기자회견에서 그는 "길에서 사람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대신 해줘서 고맙다고 말할 때 가장 행복하다"며 "그들을 위해 뭔가 하고 있으며 세상이 조금씩 변하고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보람"이라고 말했다.
이어 "아직 미국에서도 성평등과 관련해 할 일이 많다"며 "남녀 간 격차를 줄이기 위해서는 지금처럼 계속 압박을 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사회 일각에서 페미니즘과 미투 운동에 대한 역풍이 일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계속 나아가고 견디는 것이 중요하다"며 "미투를 남녀 대결 구도로 몰아가는 것을 중단하고, 더 많은 여성이 더 많은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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