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존 vs 활용' 5·18 사적지 505보안부대 건물 두고 이견

입력 2018-10-31 15:46
수정 2018-10-31 19:59
'보존 vs 활용' 5·18 사적지 505보안부대 건물 두고 이견

"역사 공간으로 보존" vs "청소년 공간으로 활용"



(광주=연합뉴스) 천정인 기자 = 5·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무고한 시민을 폭행·고문한 장소 중 하나인 505보안부대 건물의 활용 방안을 두고 전문가와 시민들의 의견이 엇갈렸다.

이수용 건축사무소 더반 대표는 31일 광주 서구 5·18기념재단에서 열린 '505보안부대 옛터의 보존과 활용'을 주제로 한 2차 집담회에서 "청소년을 위한 체험과 역사교육 공간으로 조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본관 등 주요 공간은 역사 체험을 할 수 있는 공간으로 활용하자"며 "80년 당시 존재하지 않았던 내무반 별관은 청소년들이 교류하고 학습할 수 있는 공간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관사로 사용했던 공간은 게스트하우스를 만들어 5·18 순례자들에게 숙박을 제공하고 건물 밖 터는 어린이 공원을 만드는 방안을 제안했다.

김성훈 청소년활동진흥센터 소장 역시 "무작정 전시만 하는 공간은 미래 세대들의 공감과 관심을 얻지 못할 것"이라며 "역사를 '교육'하는 게 아니라 함께 '참여'하는 공간으로 만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토론자로 나온 이효원 전남대 교수는 여기에서 한 발 더 나가 "건물의 가치보다 장소의 가치에 더 무게를 둬야 한다"며 "일부 혹은 전부를 새로 지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시민들은 한목소리로 원형을 보존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집담회 참석자 김현주씨는 "다른 5·18 사적지 대부분은 변형되거나 표지석만 겨우 남아있다"며 "기성세대들이 미래 세대에게 남겨줘야 할 역사를 모두 다 파괴해 버린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505보안부대에서 고문과 폭행을 당한 그분들의 고통은 우리 모두의 것이고, 우리의 정체성"이라며 "끔찍했던 그 장소를 모두가 기억할 수 있도록 원형 그대로 남겨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에서 찾아왔다고 자신을 소개한 박원탁씨는 "건물을 아름답게 만들어놓는다고 해서 빛나는게 아니다"며 "아름답게 지어놓고 5·18의 역사를 전하는 건 불편하다. 험하면 험한 대로 놔둬야 빛이 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in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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