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통한 허위정보·혐오조장 2년 만에 전 세계 압도
"소셜미디어가 극단론자 목소리 주변부서 주류로 이동"
페이스북·유튜브 등 대책 쏟아내지만 "근본적 해결 어려울 것" 회의론
(서울=연합뉴스) 김현재 기자 = 허위정보와 증오 연설이 전 세계 소셜미디어 플랫폼을 강타하고 있다.
지구 상의 거의 모든 문명국 인구가 사용 중인 소셜미디어의 역사는 아이폰이 나온 뒤로부터 치면 10년 남짓에 불과하다.
가짜뉴스가 이슈화된 것은 2016년 말 미국 대선 직후였으니 2년도 채 안 됐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가짜뉴스는 극히 일부 '나쁜 행위자'(bad actor)의 일탈로 치부됐다. 기술 업계에서는 '성급하고 과장된 경고'로 받아들이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이 문제가 불거진 지 2년 만에 허위정보와 증오 연설은 북미, 유럽, 아시아, 남미를 망라해 전 세계 플랫폼의 정치 이슈를 압도하고 있다.
지난주 극우 포퓰리스트 자이르 보우소나루 후보의 승리로 끝난 브라질 대선에서도 SNS의 영향력은 유감없이 발휘됐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9일 전했다.
'브라질의 트럼프'로 불리는 보우소나루 후보 측이 페이스북의 자회사인 왓츠앱을 통해 경쟁자였던 페르난두 아다지 후보에 대한 흑색선전은 물론이고, 투표소와 시간에 대한 허위정보 등을 무차별적으로 유포했다는 것이다.
앞서 미얀마 군부는 지난해 로힝야족에 대한 불안과 공포감을 조성하는 허위정보로 인종학살 사태를 일으켰고, 인도에서는 어린이 납치 사건에 관한 왓츠앱의 가짜뉴스로 인해 폭동이 일어나 수십 명의 무고한 인명이 살해됐다.
지난주 미국에서 발생한 폭탄 소포, 피츠버그 유대인 회당 총기 난사사건 등에서도 소셜미디어의 영향력은 확인됐다.
반(反)트럼프 진영 인사들과 CNN 방송에 폭탄 소포를 보낸 혐의로 체포된 시저 세이약은 2년 전만 해도 자신의 일상을 페이스북과 트위터 계정에 올린 평범한 미국인이었지만, 가짜뉴스 파문 이후 극우 뉴스 링크를 걸고 이슬람교도를 비방하는 글을 게재하는 등 어둡고 당파적인 모습으로 돌변했다고 NYT는 전했다.
유대인 회당 총기 난사사건 용의자 로버트 바우어스도 극우 소셜미디어 '갭닷컴'의 열렬한 이용자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유대인 성당 총기 난사사건 이후 NYT가 '유대인'(Jews)이라는 단어를 인스타그램에서 검색하자 유대인이 9·11 사태를 저질렀다는 의미의 '#jewsdid911'라는 게시물이 1만1천696개에 달했다고 한다
NYT는 "페이스북, 트위터, 유튜브는 말할 것도 없고, 정치적 이슈가 눈에 띄지 않았던 왓츠앱, 인스타그램에서도 허위정보와 혐오조장 콘텐츠가 넘쳐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반 명예훼손연맹' 조너선 그린블랫 대표는 "소셜미디어 회사들은 극단론자들의 메시지를 주변부에서 주류로 옮겨왔다"면서 "과거에는 그들(극단론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사람을 찾기가 어려웠지만, 지금은 클릭 한번, 포스팅 한번, 트윗 한 번으로 그들의 생각을 쉽게 퍼뜨릴 수 있다. 이전에는 생각하지 못했던 속도"라고 말했다.
이들 기업은 인공지능과 인적자원을 총동원해 자신들의 사이트에서 부적절한 콘텐츠를 걷어내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밝히고 있다.
가장 최근 발표만 봐도 페이스북은 1만 명의 인력을 보안 작업에 추가로 투여하겠다고 했고, 유튜브는 비디오 적합성 검토를 위해 1만 명을 고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NYT는 "아무리 막대한 돈과 자원이 투입된다 해도 거짓 소문과 무책임한 말을 퍼뜨리는 행위를 근본적으로 해소할 수 있을지에 대한 회의론이 대두하고 있다"고 말했다.
페이스북은 올해 증오 발언 가운데 38% 만이 내부 시스템에 의해 삭제됐다고 밝혔다. 성인 노출의 96%, 테러 관련 콘텐츠 99.5%에 비하면 턱없이 낮은 수치다.
유튜브는 지난 4월부터 6월 사이에 약 1천만 개의 동영상이 가이드라인을 위반한 것으로 신고됐지만, 삭제된 것은 100만 개 미만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kn020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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